[펜앤드마이크] [단독] KT 구현모-윤경림 수사, 檢공정거래조사부 배당…자료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포착, 수사확대

[단독] KT 구현모-윤경림 수사, 檢공정거래조사부 배당…자료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포착, 수사확대

  •  박준규 기자
  •  최초승인 2023.03.09 17:43:37
  •  최종수정 2023.03.09 18:04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KT 사옥 입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의 뒤를 이을 최종 후보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KT 이사회의 전원 합의로 확정된 가운데 윤 사장이 사내 비호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사진이 ‘이익 카르텔’ 사람들로 구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프록시(proxy) 서버까지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은 이에따라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전격 배당하고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사장의 사내 비호 체계 구축 움직임은 먼저 이사진 구성에서부터 드러난다는 제보가 9일 KT 내부로부터 나왔다.

8일 KT가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을 새 사외이사에 임명한다고 공시한 것부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고문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지내 ‘친윤’으로 꼽히는데, 윤 사장은 이를 사내에 홍보하며 ‘윤 정권과 이미 커뮤니케이션이 완료되었으므로 윤경림 대표이사 체제의 KT가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는데, 이들은 모두 구 대표와 윤 사장에 협조적인 인사들로 알려져 있다.

사내이사 후보로는 송경민 KT SAT 사장이 선정됐다. 그는 남중수 전 KTF 사장의 비서실장이었다. KT는 송 사장을 선정한 이유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들었다.

하지만 KT 내부 제보에 따르면 구 대표와 윤 사장, 이에 더해 임 고문까지 모두 남 전 사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한 관계자는 “이들 모두 같은 이익카르텔의 구성원”이라고 제보했다. 남 전 사장은 구 대표와 임 고문의 대부격이고, ‘구-윤 체제’ 하에서 남 전 사장을 중심으로 한 ‘이익 카르텔’이 수년 간 지속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남 전 사장에게는 공식적으로는 기록이 남지 않는 급여가 지속적으로 지급됐을 뿐만 아니라, 그가 사실상 장악한 사외이사에겐 다른 직원들에겐 지급되지 않는 장기 성과급을 줬다는 내부 제보도 검찰에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KT가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자료를 삭제하는 정황도 흘러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이 KT 내부망·서버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에 대비해 모든 계열사에 구 대표 관련한 자료를 삭제하란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검찰이 수사를 서두른 이유도 이같은 증거인멸 정황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개별 직원들에 ‘프록시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를 깔지 않으면 KT 내부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련부서에 지시를 거듭 내리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내부 단속이 이뤄지고 있단 정황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보통 프록시 프로그램은 프록시 서버에 접속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런 프로그램은 직원들 개인이 일일이 설치하는 게 아니라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록시서버는 보통 섀도우서버라고 해서 통상적인 메인서버 앞에 위치시켜 메인서버에 대한 접속을 제한하고 방해할 수 있다”며 “통상적인 목적은 해킹 등을 방어하고 모든 접속이 메인 서버에 접속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함으로, 해킹방지 및 보안 등을 위해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버를 뒤지는 것도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KT의 프록시 설치는 바로 이처럼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서버 검색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검찰에서는 이들이 대외적으로 ‘해킹 방어용’이라고 밝히며 구 대표와 신모 KT 부사장 지시로 전 직원에게 관철 중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8일 KT는 윤 사장의 요청으로 ‘조직안정화를 위한 임시회의체 형태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그 수장으로는 사내이사 후보인 송 사장을 발탁했다. 또 ‘지배구조개선 TF(가칭)’도 발족했다. 여권 등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계속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받아들여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 사장은 그러면서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 전까지 정치권을 계속해서 설득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