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3년 임기 종료를 앞둔 구현모 KT 대표가 이르면 이번주 연임 의사를 밝힐 전망이다. 구 대표는 비통신사업 강화로 KT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단 점에서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반해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적 외풍으로 구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9일 이사회를 열어 차기 대표이사(CEO) 인선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구 대표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KT 정관에 따르면  차기 CEO 선임은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인선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다만 현직 CEO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이사회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연임 적격 여부를 우선 심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통신업계는 구 대표가 이르면 이번주 중 연임 의사를 밝힐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구 대표, 디지코 성과 내며 경영 능력 입증

구 대표는 취임 이후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환’을 추진하며 KT의 기업가치를 높여 왔단 점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 상당수가 구 대표에 우호적인 인물들로 구성돼 있단 점도 구 대표 연임에 긍정적이다. 위원회 총 9명 중 이강철, 김대유 이사 등은 은 구 대표가 차기 CEO 후보들과 경합을 펼치던 2019년 당시 구 대표 취임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인물들이란 게 통신업계 안팎의 평가다.

신한은행(5.58%) 및 현대차그룹(현대차 4.69%, 현대모비스 3.1%)와 지분교환을 단행해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도 연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우호지분을 합하면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 10.87%를 넘어선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현 정부의 의중이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오너 없는 기업이란 이유로 정치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KT그룹이 계열사만 50여개 달한단 점에서 정권 교체 후 측근 인사 배치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간 KT의 대표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교체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그룹 내 (고문 등으로) 1000여명이 넘는 청와대 측근이 내려왔다”며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현재 KT 계열사가 50개인데 KT 자리를 놓치면 측근을 내려보낼 자리가 그만큼 없어지는 것 아니겠냐. 사외이사 2명씩만 생각해도 100명이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들, 구 대표 연임 섣불리 찬성 못할 것”

구 대표에 우호적이던 사외이사들이 실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낮단 점도 변수다. 정치권에선 사외이사들이 ‘생계유지형 사외이사’에 불과해 현 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권 인사는 “구 대표가 연임을 관철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이 사의를 밝혀야 다음 대표를 선임하는 절차가 진행될 텐데, 전혀 그런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쪼개기 후원 혐의 관련된 재판도 좀 더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연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은 표면적으로 보면 현 정부 반대 인사인데, 야당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는 잘 되지 않았다. 임기 기간엔 양쪽 균형을 맞추려 했던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 가능성도 변수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KT는 박종욱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계획이었지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에 이어 KT의 최대 주주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사장은 구 대표와 마찬가지로 회삿돈으로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된 뒤,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박 사장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공시했다.

국민연금이 박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한 것과 마찬가지로 내년 주총에서 구 대표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경우, 구 대표 연임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KT가 신한은행과 현대차그룹 등 우호세력을 확보했지만, 관련업계에서 이들이 정권 초기에 정부에 대립각을 세워 구 대표 연임에 찬성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 내부에선) 우호지분이 국민연금을 이길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국민연금과 반대되는 결정을 해) 현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