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KT노사, 임금 3% 인상 잠정 합의

[단독] KT노사, 임금 3% 인상 잠정 합의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2.11.14 19:43

일시금 500만원도 지급키로···노조 제시안 9.5% 인상에서 퇴보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통해 임직원 1인당 임금을 3% 인상하고 500만원의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률 9.5%에 한참 못 미치는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직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제1노동조합인 KT노동조합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타결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KT 노사는 1인당 평균 연 225만원(기본급 147만원, 평균 3% 수준)의 임금을 인상하고, 경영성과격려금 차원의 500만원 일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500만원 일시금 지급일은 오는 30일이다.

또 노사는 신입사원 초임을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인상률은 2년간 기본급 22.2% 수준이다. 연봉기준 올해 4840만원, 내년 5400만원, 오는 2024년 6000만원 수준이다.

저연차 직원 처우개선을 위해 10년차 이하 사원 및 대리 직원을 대상으로 2년간 기본급 평균 17.2%를 인상한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차장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일반직원과 분리해 별도 그룹으로 승진 심사한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직급 승진 시에만 해당한다. 이밖에 내년부터 연차휴가를 월 2회씩 균등 분산사용 시 초과근무수당 100%를 지급한다. 업무시간 외 PC 접속 차단(PC-OFF제)도 내년 상반기 시범운영 후 전면 시행한다.

월 1회 금요휴무제도 도입한다. 금요휴무제 도입을 위해 총량자율근무제 기준 근로시간 단위를 기존 1주 40시간에서 4주 160시간으로 확대한다.

복지 분야에서 대부 이자지원 규모도 연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연 40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 가능한 우리사주 상시 취득 제도도 신설한다. 이밖에 사내근로복지기금은 710억원을 출연한다.

회사와 노조는 지난 9월말부터 임금, 제도, 보수·복지 등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KT노조는 이번 단체교섭에서 ▲1인당 평균 연봉 9.5% 인상 ▲일시금 1000만원 지급 ▲연차촉진제 폐지 ▲초과근무수당의 기본급화 ▲복지포인트(명절 상여 등) 인상 ▲복지기금 887억원 출연 등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 중 KT 직원들의 관심사는 단연 ‘연봉 인상률’이었다. 통신업계 3위 LG유플러스가 지난 6월 올해 평균 임금 8.7% 인상을 결정하면서, KT 임금이 LG유플러스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1인당 평균 연봉은 KT가 9500만원으로 LG유플러스(9400만원)보다 100만원 많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이미 LG유플러스의 1인당 평균 급여(5400만원)가 KT(4900만원)보다 높다. 통신업계 1위로 평균 연봉 수준도 가장 높은 SK텔레콤 평균 연봉은 올해 1억원대가 예상된다.

이 가운데 수차례 실무회의와 구현모 KT 대표가 참석한 본회의에서 노조 요구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임단협이 난항을 겪다가, 이날 1인당 평균 연봉 3% 인상, 일시금 500만원 지급 등 잠정합의안에 타결한 것이다.

관건은 노사 공식 합의다. KT는 오는 17일 합의안에 대한 임직원 투표를 거쳐 찬성표가 과반이 될 경우 합의안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회사가 지난해 전년 대비 41.2% 늘어난 규모이자, 통신3사 중 최대치인 영업이익 1조6718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냈음에도 직원들 처우 개선엔 인색하단 것이다.

한 KT 직원은 “당초 요구안 대비 합의안 실적률이 원래 20~30% 밖에 안 됐다. (이번 합의안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실망감은 클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모로 회사에만 유리하게 됐지, 조합원이나 직원들에 유리하게 개선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에도 IT업계 전반으로 임금 협상 결과가 좋아서 기대가 있었지만, 실질임금 삭감이란 결과로 이어지다 보니 본사,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분노가 커서 반대표가 많이 나왔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반발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KT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도 내부 진통을 겪었다. 당시 KT 노사는 지난해 단체교섭에서 ▲1인당 평균 연 75만원 임금 인상(기본급 47만원, 1% 인상) ▲영업이익의 10% 균등 배분하는 성과배분제 신설 ▲500만원 일시금 지급(현금 300만원, 주식 200만원 상당) 등에 대해 합의했다.

그러나 이같은 임단협 결과에 대해 내부 직원들, 특히 MZ세대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임금 인상률이 미미한 수준에 그친 데다가 초과근무수당 등은 줄면서 사실상 임금 삭감에 가깝단 것이다. 조합원들의 불만은 임단협 투표 결과에도 반영됐다. KT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임단협 찬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59.7%를 기록했다. 2019년(89%), 2020년(93%)과 비교해 낮을 뿐만 아니라, 투표율도 2019년(88.7%), 2020년(90%)에 비해 저조한 76.3%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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