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독] “로봇 팔아 와라” KT, 직원들에 강제할당 논란

[단독] “로봇 팔아 와라” KT, 직원들에 강제할당 논란

입력 2022.07.05 04:30

영업 직원에 서비스·방역 로봇 월 1대씩 할당
협력업체·납품업체까지 강제 판매 불똥
KT “팔지 못해도 불이익 안 줘… 강제할당 없다”

KT가 직원들에게 로봇 판매를 강제 할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외부 협력업체에까지 불똥이 튀어 문제가 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가 영업 직원들에게 1인당 월 1대씩 로봇 판매를 강제 할당해 반발을 사고 있다. KT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비스 로봇과 사업장에서 살균 및 소독을 하는 방역 로봇 등 두 종류의 로봇을 팔고 있다. KT는 대당 가격이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로봇을 월 60만~70만 원 받고 빌려주는 임대 영업을 주로 하고 있다.

영업 직원들에게 할당이 떨어진 것도 임대 판매다. 36개월 임대 계약시 서비스 로봇은 월 65만 원, 방역로봇은 월 75만 원이다. KT 영업 관계자는 “1인당 월 1대 판매 목표를 할당해 밀어내기 영업으로 로봇 사업을 하고 있다”며 “법인 영업관련 전국 6개 광역본부장이 매일 실적 보고를 받고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KT 직원이 월 임대료를 대신 내주고 계약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KT 영업 관계자는 “친척이나 친구 중 식당 운영하는 사람에게 부탁해 로봇 임대 계약을 맺고 6개월치 비용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KT 영업 관계자는 “회사에서 구체적으로 불이익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할당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실적 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승진과 연봉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것을 모든 영업직원이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협력업체나 납품업체에까지 강제 판매 불똥이 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협력사나 납품업체들이 KT 직원들로부터 로봇을 팔아 달라는 협조 요청을 받았다”며 “요청을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준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공식적으로 “강제 할당은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로봇은 KT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 사업 중 하나”라며 “그렇지만 회사에서 직원에게 판매량을 강제 할당하지 않았고, 팔지 못해도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업조직은 모든 상품에 판매 목표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 영업직원들이 항상 부담을 느낀다”며 “외부에서 이를 할당처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가 올해 선보인 방역 로봇. KT 제공

KT는 지난달 발표한 미래 성장계획에서 로봇을 중요한 전략 사업으로 밀고 있다. 구현모 KT 사장은 지난해 AI 로봇사업단을 발족한 데 이어 1조5,000억 원을 들여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을 결합한 로봇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배달 로봇 사업도 추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KT 일각에서는 로봇 사업의 가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KT 영업 관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등 숱한 상품의 판매 압박이 있었으나 본원적 경쟁력과 직결된 것이어서 감수했다”며 “하지만 만들지도 않는 로봇을 대신 파는 일은 본원적 경쟁력 향상과 무관하며 제조업체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KT는 베어로보틱스, 현대로보틱스 등에서 만드는 로봇을 공급받아 판매해 약 30% 수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에도 ‘키봇’이라는 스마트 교육로봇 사업을 추진한 적이 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키봇 실패를 자체 기술력 부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키봇의 경우 KT 내부에 로봇 기술력이 없다 보니 제조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 로봇 사업도 KT 내부에 기술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산업 생태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며 “자체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외부업체들과의 적극 협력을 통해 산업을 키우는 것이 KT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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