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KT 서비스의 ‘잠옷 차림’ 암행감찰…”허울뿐이고 안전 도움 안 돼”

KT 서비스의 '잠옷 차림' 암행감찰..."허울뿐이고 안전 도움 안 돼"

[앵커]
노동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오히려 업무 부담이 늘면서 KT 자회사 노동자가 쓰러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KT 자회사가 다양한 안전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잠옷 바람으로 암행감찰을 벌이는 등 정작 현장 안전에는 도움이 크게 안 되고 인력 충원 없는 노동 강도 강화로 노노 갈등까지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준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올라간 뒤 못을 밟고 전신주를 계속 타고 올라갑니다.

지역에 따라 작업량의 절반 넘게 차지하기도 하는 전신주 등주 작업입니다.

다른 통신사에는 거의 사라진 작업이라, KT가 산재 사고율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원인이기도 합니다.

KT서비스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2인 1조 작업 수칙을 의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런 기울어진 전신주조차 급하면 혼자 올라가 작업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측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에는 사다리 작업이나 전봇대 등주 작업은 무조건 2인 1조로 하도록 매일 아침 구두로 당부했습니다.

그러나 인력 충원은 없는데 작업 때마다 동료를 불러 2인 1조를 하라고 하니 업무 정체와 민원이 심해져 ‘노동자 판단’에 따르도록 한 달여 만에 한발 물러섰습니다.

[강현구 / KT서비스 북부 직원 : 업무량조차 워낙 많다 보니까 누구를 불러서 하려고 해도 여기도 바쁘고, 딴 데도 바쁘고 이런 경우들이 대부분이죠. 적정 업무량, 그게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항상 일에 쫓겨서 일하니까, 사람들이.]

KT서비스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내놓았다는 안전대책을 점검해봤습니다

작업 전 위험성을 평가해 자가점검을 입력하지 않으면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있습니다.

‘작업기피권’을 활용해 반드시 위험작업 2인 1조로 하도록 한다는 사측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실제 현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일까?

[최낙규 / KT서비스 남부 직원 : 오전에 회의할 때 그 점검표를 거기서 그냥 다 매일 무슨 뭐 결재서류 결재하듯이 그렇게 표시하고 나가는 상황이고요. 안전수칙에 맞게 답한다면 작업할 수 없는 곳들이 대부분이라고 보죠.]

회사에서 낸 또 다른 대책은 ‘암행감찰’.

잠옷 차림으로 나타나 사진을 찍은 뒤 ‘안전수칙 위반’으로 적발됐다고 알리고 사라져버리곤 합니다.

수시로 직원들을 쫓아와 안전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데, 작업 도구를 가져가려 차량에 잠깐 들르는 직원을 안전모를 벗었다는 이유로 적발하는 등 상식 밖의 단속을 한다는 게 직원들 하소연입니다.

실제 KT 서비스 직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살펴봤더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안전강화가 안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63.7%에 달합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 안전확보를 위해서 열악한 작업 환경 개선과 적당한 작업량이 필요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야간·주말 대기를 두고 팀원들끼리 노·노 갈등이 날 정도라며 과한 업무량을 줄일 필요가 있고,

잦은 고장으로 등주작업을 유발하는 장비들, 혹은 휘어있는 전신주처럼 위험한 시설을 개선해달라는 겁니다.

[홍성수 / KT서비스 북부 직원 : 모든 안전의 기본은 여유라고 봐요.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업무량일 때, 그런 지침들을 지켜가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고 보는데….]

KT서비스는 외부 위험작업 2인 1조 원칙을 포기한 적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계속해서 인력을 충원하고 낡은 시설을 개선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올해 5월 말까지 산재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현장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일부 ‘사각지대’라는 게 사측의 주장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이 넘었지만 KT서비스 노동자들은 여전한 ‘사각지대’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KT서비스는 “우리 현장은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라는 안전 표어를 내걸고 있습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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