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수갑 사용 공권력 과도하게 남용”
경찰이 스피커 등을 이용해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시민단체 회원에게 주변을 소란하게 했다며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 사법처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시위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데, 확성기를 사용했다고 경범죄로 처벌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8단독 박희근 판사는 경범죄처벌법 위반(인근 소란 등) 혐의로 기소된 조태욱(61)씨에게 지난달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헬조선변혁전국추진위원회’라는 단체의 회원인 조씨는 지난 2020년 10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 검찰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다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구속 기소, ‘라임 사태’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3명 등을 비판하겠다며 사전에 집회 신고를 했다가 다른 참석자들의 불참으로 혼자 시위를 하게 됐다. 그런데 인근에서 이를 중계하던 보수 성향 유튜버가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에게 “소음이 심하다”며 경찰 신고를 요청했고, 이후 전북 군산 등 전국에서 3건의 신고가 접수돼 서울 서초경찰서 경찰관들이 출동했다.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을 보면 경찰은 조씨에게 “(시위를) 하는 건 자유인데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다가 “(제시하지 않으면) 체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씨가 응하지 않자 경찰은 조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그를 서초경찰서에서 조사했다.
이후 조씨는 지난해 1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조씨는 이에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집회나 시위는 참가자들이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부득이하므로,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며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할 때에는 국민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이 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