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노조선거 앞둔 KT···직원들 ‘반대표’ 움직임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423회 | 작성: 2022년 2월 4일 7:18 오후노조선거 앞둔 KT···직원들 ‘반대표’ 움직임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2.02.04 14:19
“대의원 선거에 반대표 던지겠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지난해 임금·단체협상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은 KT가 제1노동조합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내홍을 겪고 있다. 직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노조가 오히려 임금 삭감을 주도했다며 MZ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현 집행부에 대한 ‘반대 투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 제1노조는 오는 11일 정기지부대회를 개최한다. 현재 KT에는 제1노조인 KT노동조합과 제2노조인 KT새노조가 있다. 각각 약 1만8000명과 30명 수준이다. 또 제1노조 산하에는 약 100여명에 달하는 KT민주동지회가 있다.
오는 대회에서 KT노조의 신규 대의원 선출이 주요 목적사항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KT노조에는 중앙위원장을 비롯해 7개 지방본부가 있고, 지방본부 산하에 200여개 지부가 있다. 대의원은 지부별로 조합원을 대신하는 대의기구다. 이들은 조합원을 대표해 전국대의원회의에 참석해 노조의 전년도 사업 평가 및 재정·회계 분석, 올해 사업 계획 및 주요 비선출직 노조 간부들에 대한 인준 등 노조 활동 전반에 대한 것을 결정한다. 노조 집행부가 발표한 사업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노조 행정 권력을 갖고 있는 지부장 및 지부 간부가 소속 지부 대의원 후보로 출마하고, 대부분 단독출마로 경쟁 없이 찬반 투표를 거쳐 선출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KT 내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KT노조 집행부가 회사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실상 임금 ’삭감‘에 합의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해 9월 타결된 KT 임단협 결과에 따르면 협약임금은 직원 1인 평균 연 75만원 인상으로 평균 1%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연 100만~200만원의 초과근무수당 삭감, 인사평가에 따른 임금 인상률 0.5%포인트 하향 등도 합의안에 포함되면서 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후 현 KT노조에 반발해 MZ세대를 중심으로 제3노조 결성 움직임이 일기도 했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 반대표를 던져 의사표현을 하겠단 것이다.
한 KT 직원은 “이번에도 대부분 지부가 찬반투표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된 조합원의 민의를 반영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거나, 집행부를 감시하지 못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그간 KT노조는 회사가 개입해서 당선된 위원장이 계속 임기를 이어가다 보니 조합원들을 위한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KT를 제외한 대부분 IT기업들이 임금과 성과급을 인상하다 보니,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의 분노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신의 투표가 공개되거나 투표권 행사에 따른 인사 불이익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가 크단 점이다. 앞서 KT는 노조 중앙위원장과 대의원 선거 과정에서 여러 차례 노조 선거 개입 의혹을 받았다. 일명 ‘투표소 쪼개기’를 통해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를 감시한단 것이다. 예컨대 투표소를 잘게 나누면 각 투표소에 할당되는 조합원의 수가 한자릿수까지도 줄어들게 되는데, 이럴 경우 사실상 공개 투표나 다름없단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오프라인 투표 방식만을 고수하면서 투표 결과의 신뢰도에 대한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KT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공동 개발한 모바일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이 있음에도 오프라인 투표를 고수하는 것은 투표율 하락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케이보팅은 KT가 2013년 선관위와 공동으로 개발해 민간 및 공공기관에 지원 중인 온라인 기반 투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PC나 스마트폰에서 임의 생성된 개별 URL을 클릭해 보안문자나 휴대폰 본인인증 입력만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투표할 수 있다. 케이보팅은 현재 대다수 노조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국회 당원 투표 등에 활용된다.
KT 직원은 “케이보팅은 KT에서 자체 개발하고 선관위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인데, 노조는 신뢰성을 문제 삼고 있다”며 “투·개표와 관련 현 집행부를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이 조합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다. 전자투표를 시행해야 조합원이 자신의 투표가 공개되거나 개표 결과에 따른 불이익 등 우려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노조 집행부는 전자투표제 시행에 대해 회사의 선거 개입 가능성이 높아져 조합원의 투표를 주저하게 만들 우려가 있단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