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고위급 다 빠지고 실무자만 기소”··· KT ‘쪼개기 후원’ 첫 재판서 형평성 문제 대두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46회 | 작성: 2022년 1월 17일 5:04 오후“고위급 다 빠지고 실무자만 기소”··· KT ‘쪼개기 후원’ 첫 재판서 형평성 문제 대두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2.01.14 17:12
황창규·구현모 증인신문 가능성도···입장 표명 미뤘던 KT법인은 혐의 인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KT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관련 형사재판에서 최상위층을 기소하지 않은 검찰의 처분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재판부는 무혐의 처분된 황창규 전 대표이사 회장과 벌금형에 약식기소된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에 대한 증인 조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 부장판사)는 1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T 전·현직 임원 4명과 KT 법인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인정한 피고인들뿐 아니라 KT법인도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피고인 측에서 기소를 면한 황 전 회장과 약식기소된 구 사장 등 최상위층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전 대관 담당 부서장 전아무개씨의 변호인은 “황 전 회장이 국회에 대해 적극적인 업무를 하라고 했던 점에서 관행과 업무 특성상 거역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며 “회사 최상층부는 불기소 처분을 받고 실무 책임자만 재판을 받으며 모든 책임을 떠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을 향해 “다음 기일 전에 입장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불기소 처분 이유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황 전 회장을 ‘공모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하고 구 사장 등 임원 10명을 벌금형에 약식기소하면서 실무자 4명 만을 정식재판에 넘겼다. KT 법인도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전체적인 책임이나 형평성을 따져볼 때 (황 전 회장에 대한 무혐의 결정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게 옳지 않나 싶다. (검찰은) 직제상으로 상급자였던 이들의 처분 결과를 추가 증거로 제출할지 검토해 달라”며 “검찰의 추가 증거 제출 여하에 따라 증인 조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추가로 증인신문을 요청하거나 증거를 신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론 종결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다음 기일을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형평성 논란은 지난해 11월 검찰 수사결과 발표 당시에도 있었다. 이 사건 수사부터 기소까지 총 3년9개월이 걸렸고, 황 전 회장에 대한 뇌물, 횡령 등 혐의 고발이 모두 ‘무혐의’ 처분됐기 때문이다. KT가 어떤 대가를 바라고 국회의원들에게 이 같은 후원을 한 것인지에 대한 수사가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고발인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긴 시간 동안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전·현직 국회의원을 (검찰이) 소환조사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 결과는 면죄부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KT법인과 피고인들은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회사 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였다가 이를 외부에 되팔며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 방식으로 11억5000만 원의 자금을 조성한 뒤 이 중 약 4억3800만원을 후원금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국회의원실 공식 후원계좌에는 30만원~1400만원이 입금됐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한 해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500만원인데, 한도를 넘는 돈을 제공하기 위해 직원의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