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를 결국 전원회의에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자사의 5세대(5G) 인터넷 서비스를 광고하면서 최대 속도를 부풀린 혐의다. 통상 표시광고법 위반은 소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사안이지만, 통신 3사의 관련 매출액이 수조원대에 달하는 데다 소비자 관련성이 크다는 중대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KT스퀘어에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갤럭시S20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심사를 소위원회가 아닌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진행한 5G 광고와 연관이 있는 매출액을 3조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시광고법 위반은 관련매출액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적용 가능한 최소 비율(0.1%)을 적용하더라도 30억원에 달한다.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억대 과징금이 나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전원회의에 상정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위가 심사한 사건 중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사건은 1건에 불과했다. “세척할 필요가 없다”고 광고한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먼지가 쌓인 것과 관련한 내용으로 소비자 건강 우려가 있는 사건으로 한정됐다.
통신 3사의 표시광고법 위반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허위·과장광고와 비교광고 기준 위반이다. 먼저, 광고에서 표시한 5G 인터넷 속도는 실제로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사는 모두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는 문구로 광고했다. KT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5G 속도를 20Gbps로 표시했다.
지난달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 결과에 따르면 5G 전송속도는 3사 평균 801.48Mpbs에 그쳤다. 통신사가 밝힌 20Gpbs의 25분의 1 수준이다. 최고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해도 20Gbps에 도달하지 못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3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서 열린 2022년 공정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통신 3사는 “개념적으로 5G가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의미의 광고였다”는 입장이다. 이론적으로 LTE는 1Gbps까지, 5G는 20Gbps까지 속도가 날 수 있는데 이를 설명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모두 광고를 하면서 자사 로고와 5G라는 문구를 같이 사용했다. 소비자가 해당 회사의 5G 속도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SK와 LG에 대해서는 비교광고 심사지침 위반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2019년 서울에서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SK텔레콤이나 KT보다 자사 인터넷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광고를 냈다. 뒤이어 SK도 대리점을 통해 유사한 광고를 진행했다. 이들이 타사 인터넷과 속도를 비교하면서 지침에 따른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