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데일리] ‘해외부패방지법’ 악재 KT…美 SEC 불똥 튈라 ‘조마조마’

‘해외부패방지법’ 악재 KT…美 SEC 불똥 튈라 ‘조마조마’

  • 이진휘 기자
  • 승인 2021.11.30 17:09

KT,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뜨자 미 SEC에 뒤늦은 공시 대처
CEO 리스크 줄이려다 ‘벌금폭탄’ 니콜라 사태 되풀이 되나
회계 부정 가능성 고조…”사실로 확인되면 수 천 억원 벌금”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시를 미뤄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이 뜬 다음날인 지난 19일 K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횡령 발생 공시를 올렸다. 사진=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캡처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에 대한 공시를 미뤄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가 뜬 다음날인 지난 19일이 돼서야 KT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횡령 혐의(Charges of Embezzlement) 공시를 올렸다. 사진=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 캡처

톱데일리 이진휘 기자 = KT가 미 증시 해외부패방지법(FCPA)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법 위반으로 인한 대규모 벌금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KT는 최근 구현모 대표가 연루된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공시를 미뤘던 것이 국내에서 문제시되자 뒤늦게서야 미 증시 대처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로부터 지난 18일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자 다음날인 19일 해당 횡령 발생 사실을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에 공시로 알렸던 것이다.KT는 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해 지난 1999년부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있는 기업이다. 미국 시장 내 부정적 이슈 확산을 꺼렸던 KT가 공시불이행으로 인한 SEC의 추가 제재 파장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번 SEC 공시에서 KT는 전직 임원 4명 불구속 기소와 전현직 임원 10명 약식기소됐다는 설명에 그치며 현직 CEO가 해당 사건에 연루됐다는 언급은 피했다. 최근 구현모 대표 포함 KT 전현직 임원 14명이 4년 간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총 4억3790만원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가 검찰 조사로 확인된 바 있다.

KT는 과거 이석채 전 사장 횡령 혐의 관련 법원 판결도 있었지만 이미 사임한 뒤에 일어난 일이고 해외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에 SEC에 따로 공시하진 않았다.

KT가 뒤늦게나마 SEC 공시를 결정한 것은 자국 내 기업과 정치인 간 뇌물 등 부정청탁은 엄격한 사안으로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이 기업에게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법 위반 사실뿐 아니라 이와 관련 내용을 미국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시하지 않았을 경우 막대한 벌금이 부과된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부패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없다. 특히 어떤 국가에서든 뇌물 대상에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조금이라도 엮여 있다면 그 기업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 11월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벌금 7500만달러(891억원)를 냈다. 지난 2007년 시추선 수주 과정에서 선박 인도 계약을 따내기 위해 삼성중공업이 뇌물 공여를 모의했다는 혐의였다.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 측이 브라질 국영 기업 간부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현재 해외부패방지법은 미국에 상장한 경쟁 국가에 대한 기업 견제수단 성격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3년 전부터 SEC가 집행조치한 기업 중 외국기업이 50%를 넘으며 총 징벌금액 대비 외국기업 납부액을 비교하면 지난 2019년 기준 83%에 달한다.

이번 KT 횡령 발생에 현직 CEO인 구현모 대표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해외부패방지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감은 더욱 크다. CEO가 연루된 혐의 공시를 의도적으로 회피함으로써 투자자 피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CEO가 투자자 기만 사항을 키웠다가 SEC로부터 벌금 폭탄을 맞은 니콜라 사태와 유사하게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 전 CEO.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 전 CEO.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차세대 수소트럭 개발로 제2의 테슬라라 불리던 ‘니콜라‘는 현재 SEC로부터 1억2500만달러(약 1500억원) 벌금을 물게 될 상황이다. 트레버 밀턴 전 CEO가 2016년부터 지난해 기업공개(IPO) 때까지 투자자들에 핵심 기술이 없으면서 보유한 것처럼 위장해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혐의다. 니콜라는 모든 책임의 원인을 밀턴 전 CEO로 보고 그에게 벌금 전액 배상 청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SEC는 KT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지난 2019년부터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내용을 조사 중에 있다. SEC는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이 사안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후원금이 불법 로비에 해당하지 않는지 여부와 각종 경비가 회계상 적정하게 처리됐는지 등이다.

특히 KT가 활용한 상품권깡이 회계부정 의혹으로 번지고 있어 SEC가 이에 대한 조사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의적 회계 부정 적발시 뇌물방지조항 위반시보다 10배 이상 많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KT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만 검찰 조사가 나왔는데 상품권을 이용해 리베이트 자금으로 불법 이용한 것이라 회계 부정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은 투자자 기만을 매우 엄격하게 보기 때문에 회계 부정이 맞다면 심각한 사안으로 수 천 억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회계 부정 적발로 인해 벌금 폭탄을 받은 해외 기업들도 있다. 지난 2008년 독일 기업 지멘스는 뇌물 스캔들로 8억달러(약 9500억원), 2016년 브라질 건설업체 2곳은 해외 사업장에서 공무원에 뇌물을 줬다가 미국에서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해외부패방지법은 미 법무부와 SEC가 공동으로 집행 권한을 가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검찰이나 경찰 조사와 별개로 진행되며 국내 수사기관이 무죄 판결을 내도 SEC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해외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KT가 SEC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에 처해진다면 최근 준법 조직까지 강화하며 ESG 강화 정책을 펼치던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끼치게 된다. KT는 준법감시 강화를 위해 지난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재편하고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위원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4월 ’KT 노사공동 ESG 경영’ 선포식에서 ESG 강화 캠페인을 선언하고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대표 ESG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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