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KT 통신 먹통에서 배우는 초연결사회 대재앙의 교훈

[광화문에서/김재영]KT 통신 먹통에서 배우는 초연결사회 대재앙의 교훈

김재영 산업1부 차장 입력 2021-11-16 03:00수정 2021-11-16 09:24

김재영 산업1부 차장

“문이 안 열려요.”

지난달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이 1시간 반 정도 먹통이 됐던 때 특히 눈길을 끌었던 하소연은 이런 얘기들이었다. 무인주차장 정산 오류로 지하에 감금됐다, 보안시스템이 작동이 안 돼 사무실 문을 여닫지 못한다, 차량 열쇠로 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안 돼 자동차 문을 못 연다….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서 새로 등장한 피해사례다.

자율주행, 원격 로봇수술, 스마트시티 등이 보편화된 진짜 초연결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마비되고 사소한 불편이나 재산 피해 정도를 넘어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올 뻔했다. 현재 통신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인 3시간이 아니라 3분만 통신이 멈춰도 악몽인 시대가 곧 다가온다.

이번 KT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KT의 5세대(5G) 통신이 사흘 동안 중단됐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자동으로 LTE로 전환되긴 했다는데, 당시 아무도 몰랐다니 5G 품질이 서글프다. 11일엔 서울시가 공사 중에 KT 광케이블을 절단해 서울 영등포·구로구 일대 유·무선 통신망이 3시간 넘게 먹통이 됐다.

지난달 30일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넘게 발권이 중단되더니, 이달 12일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서버가 10시간 넘게 마비돼 승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법칙’의 경고가 떠오른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복잡한 초연결사회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고처럼 사람의 실수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KT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도 당시 KT 황창규 회장은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큰 상처를 낳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말까지 주요 통신시설의 통신망을 이원화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해놓곤 실제로는 그해 말까지 절반밖에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설투자도 2019년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이다.

당시 정부도 대대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특정 통신사의 통신망이 마비되면 다른 통신사로 백업하는 ‘재난 로밍 서비스’도 그중 하나였지만 이번엔 소용없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에는 네트워크 가장자리 부분에 대한 대책이었고, 이번 사고는 코어 네트워크로 오류가 번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면 미봉책이었다는 거다.

이번엔 당장 구멍 뚫린 부분만 막겠다는 생각은 안 된다. 초연결사회의 재난 대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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