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황진환 기자전쟁 등 유사시 정부와 각 기관을 연결하는 ‘국가지도통신망’을 운영 중인 KT가 매년 수백억 원을 지원받고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망을 허술하게 관리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든 비용 지원되지만…유지·개발엔 적자 누적
1일 홍익표 국회의원실(더민주, 서울 중구성동구갑)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KT는 국가지도통신망 유지 관리를 위해 매년 평균 217억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이 예산은 전용회선료와 인건비 등 망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과 노후 유선망이나 위성망 등의 유지‧보수(감가상각비) 등에 필요한 비용이다.
KT가 운영비를 선지출하면 정부가 사후 보전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
특히 정부는 감가상각비로 연평균 24억 원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KT는 미처 지원받지 못한 미보전금이 수년간 누적돼 지난해 기준 155억 원에 이를 정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KT 입장에선 정부의 지원금으로는 유지보수만도 적자인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981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을 통해 해당 망을 유지해 오다, 2000년부터 KT에 위탁 운영해 오고 있다.
정보유출·운영부실 우려 가중, 특혜거래 논란도
KT 로고. KT 홈페이지 캡처이처럼 20년 넘게 해당 망을 독점 운영해 온 KT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은 전시에 가장 중요한 국가지도통신망이기 때문에 보안이 생명임에도, KT는 전담인력 등을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정보유출의 우려가 상시 존재한다는 얘기다.
또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KT가 함량 미달인 특정 하청 납품업체에 수년간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망의 속도를 유지하는 장비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부실한 기기가 납품된 데다 이 업체와 수차례 계약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정부도 망의 안전성을 고려해 사무관과 주무관 등 공무원 2명을 파견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사무를 모두 감당하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재난안전망과 대비…”보안성 우선, 비용방식은 개선”
이에 기존 국가지도통신망의 독점적인 사업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 의원 측은 2018년부터 추진된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통신망을 선사례로 들었다. 여러 민간업체가 경쟁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지도통신망처럼 기관별 통신망을 일원화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전국을 3권역(중부·남부·수도권)으로 나눠 KT 외에도 SKT가 컨소시엄 형태로 경쟁입찰에 참가, 장비 제조업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신기술을 자체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운영센터를 서울·대구·제주로 3원화함으로써 특정 센터가 멈추거나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차질 없는 통신망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 안정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욱이 정부가 기업망을 빌리지 않고 국가망을 직접 구축해 예산을 기업자산이 아닌 국가자산에 투자하는 형태라는 점도 국가지도통신망과는 대비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원 기자홍익표 의원은 “특정 기업의 자산망에만 예산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경쟁계약을 통한 통신망 다원화로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국가지도통신망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가 소유권을 갖는 공공망과 통합하고, 주기적인 국회 보고와 검증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과기부는 경쟁체제를 도입하거나 모바일 기반인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면 상대적으로 보안성이 떨어져 대안이 될 수 없고, 국가망 구축 역시 1조 원이나 들어 기존 상용망을 빌려 쓰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 자산에 대해 투자되는 일부 비용부담에 대해서는 최소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정부가 KT에 감가상각비를 지급하는 방식이 아닌 다른 개선된 방안이 있을지 연구용역 진행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국가지도통신망은 한반도내 전쟁 발발 시 대통령의 지휘망으로 쓰이는 통신망으로 통신기능이 마비됐을 때 정부, 군, 지자체 등의 최후 소통 수단으로 활용된다. 유선, 이동통신, 위성전화 망으로 구성되며, 유선과 위성전화는 KT에 위탁하고 이동통신은 SKT망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