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학습지 회사 ㈜대교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 대해 지난 8일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대교는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취업규칙을 개정해 정년을 2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만 60세 정년을 서너 해 앞두고 도입하는 다른 기업보다 노동자들에게 크게 불리했다. 일부 직급은 만 48세부터 적용했고, 임금의 50%까지 삭감할 수 있게 했다. 직무등급별로 4~5회 내 승급하지 못해도 임금피크제를 적용했다. 노동자들은 2014년 취업규칙이 근로자 과반 동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2017년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취업규칙 변경 이후 입사한 이들이 문제였다. 배아무개씨 등 대교 노동자 60여명은 모두 세 차례로 나뉘어 임금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취업규칙 변경 이후 입사자가 제기한 소송을 포함해 세 사건을 병합 심리한 끝에 노동자들이 받지 못한 임금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합리성이 결여됐고, 임금피크제 내용이 비상식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이 금지하는 연령에 따른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보는 민법 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도 적용했다.
사건을 대리한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는 “통상의 임금피크제와 비교해 노동자의 불이익 정도가 매우 큰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모든 임금피크제 현장에 이번 판결을 대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어서 무효라고 본 최초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