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통신망 위탁운용 사업비만 연간 200억
납품사, KT 관련 사업 상당 수주…임직원도 영입
이쯤 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일까.
전쟁이나 국가재난 시 사용되는 ‘국가지도통신망’을 민간기업인 KT가 주관하고 있지만, 해당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KT는 수의계약을 통해 20년 넘게 이 사업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이나 시간을 핑계로 국가지도통신망 관리를 KT에 독점적으로 위탁해 왔다. 여기에 투입되는 사업비만 연간 200억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시설 투자비와 인건비 등을 위해 KT에 지불하는 비용은 2017년 206억4400만원, 2018년 204억6600만원, 2019년 199억1900만원 등이다.
해마다 수 백억원의 국민 혈세를 KT에 투입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그러나 예산 운영 현황만 들춰 볼 뿐, 사업 계약과 진행 과정에 대한 정기감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기부와 운영 주체인 KT는 별 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통신망 관련 장비업체를 선정할 때 경쟁 입찰 원칙과 품질 기준 충족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최근 YTN은 국가지도통신망이 일부 성능에 중대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광역통신망 가속기에 대한 성능 평가 기준은 ‘평시 전송 속도’다. 문제는 전쟁이나 재난으로 긴급 통신량이 많아졌을 때의 속도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전송 속도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100% 도달에 관한 의무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위급상황을 대비해 구축한 국가지도통신망이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KT는 이같은 기준으로 A사를 장비업체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최근 몇 년간 KT 관련 사업을 상당수 수주했고, KT 출신 임직원을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은 통신망 사업과 무관한 해외영업 파트와 시설유지 보수 쪽으로 옮겼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의 중대 안보시설을 책임지는 만큼 관련 기업과 정부는 국민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뒤늦게나마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