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디지코’ 외치는 KT…’가입자망 투자’ 나홀로 감소

‘디지코’ 외치는 KT…’가입자망 투자’ 나홀로 감소

인터넷 품질 논란…지난해 설비투자中 가입자망 투자만 줄어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2021-05-06 06:15 송고
KT 직원들이 기가 인터넷을 설치하고 있다. (KT 제공) 2017.1.19/뉴스1

KT가 지난해 설비투자비(CAPEX) 중 소비자대상(B2C) 유무선 통신 가입자를 위한 ‘가입자망’ 투자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업계의 전반적인 5세대(5G) 불통 논란에 이어 최근 인터넷 품질 논란까지 겪고 있는 KT가 ‘디지코 변신’, ‘탈통신’을 외치다 막상 본업인 통신에 소홀해지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의 설비투자비(CAPEX) 현황 (KT 제공) © 뉴스1

◇KT, 설비투자에서 가입자망 투자만 나홀로 감소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지난해 CAPEX는 총 2조8720억원이다. 지난해 CAPEX는 △가입자망(1조5926억원) △기간망(5318억원) △기업통신(4187억원) △기타(3289억원)로 구성됐다.

지난해 KT의 CAPEX는 3조2570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다만 지난 2019년은 ‘5G 상용화 원년’으로, KT 역시 5G 도입을 위해 설비 투자를 전년 대비 64.7% 늘렸던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지난해 CAPEX가 전년 대비 다소 줄어든 점은 감안할만한 부분이다.

문제는 CAPEX의 구성이다. 지난해 전체 CAPEX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KT는 수익이 나고 성장가능성이 큰 기업간거래(B2B) 영역과 관련된 설비 투자는 늘렸다. 지난해 KT의 기간망, 기업통신망, 기타망 투자비는 지난 2019년보다 각각 30.4%, 14.2%, 15.8% 늘어났다.

반면 가입자망 투자는 2조1990억원에서 1조5930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KT의 지난해 CAPEX가 줄어든 것은 이같은 B2B망 투자를 늘린 이상으로 유무선 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위한 소비자용 유·무선 설비를 위해 투자하는 가입자망 투자를 줄였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KT는 지난 2017년 5월14일 기가인터넷 가입자가 300만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기가인터넷 가입자 300만명은 전체 KT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약 860만 명 중 35%에 해당하며, 국내 통신 3사 기가인터넷 가입자 500만(업계 추정치) 중 300만이 KT를 선택한 것이다. (KT 제공) 2017.5.14/뉴스1

◇가입자망 투자 거의 매년 줄인 KT…포화상태 이른 B2C 시장 탓?

KT의 소비자 대상 가입자망 투자 ‘홀대’는 지난해뿐만이 아니다.

KT가 실적발표에서 CAPEX를 가입자망·기간망·기업통신·기타로 분류해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2012년 이후, KT의 가입자망 투자는 기가인터넷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 2017년(전년 대비 5.6% 증가)과 5G 상용화 원년인 201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 유선인터넷의 경우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특히 시장 1위 업체인 KT의 경우 매출 성장이 미미한 유선인터넷 쪽에 투자할 요인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T의 초고속인터넷 매출은 △1조9986억원(2018년) △2조21억원(2019년) △2조12억원(2020억원)으로 답보 상태다.

반면 KT가 CAPEX 내 비중을 늘리고 있는 B2B 부문은 지난해 2조774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2% 증가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가 4일 서울 광화문 KT 이스트빌딩에서 열린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서 “KT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Digico)로 전환해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KT 제공) 2021.1.4/뉴스1

◇KT CFO “올해 설비투자에서 B2B 비중 확대”

이처럼 CAPEX 내에서 B2B 영역의 비중을 늘리는 KT의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KT 대표로 취임한 구현모 사장의 경우 지난해 ‘디지털-X 서밋 2020’에서 “앞으로 KT는 통신회사인 ‘텔코’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인 ‘디지코’로 변화할 것”이라며 ‘비통신’ 분야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KT의 체질 개선을 선언한 바 있다.

김영진 KT 재무실장(CFO) 역시 지난 2월 열린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CAPEX 계획에 대해 “지난해와 유사한 규모일 것”이라면서도 “설비투자비 구성 중 AI/DX, 미디어 같은 부분에 대한 비중을 지난해에 비해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방통위 “KT 포함 통신3사 인터넷 전수 조사…제도 개선 여지도 살필 것”

한편 KT는 최근 한 유튜버가 “10Gbps 속도의 인터넷을 쓰는데 100Mbps 밖에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며 제기한 인터넷 품질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이에 KT 측은 “품질 저하의 발생 원인을 파악한 결과 10GiGA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의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의 설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유선인터넷 서비스의 품질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KT를 포함한 통신3사를 대상으로 품질 조사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먼저 KT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사할 예정”이라며 “10기가인터넷 상품은 물론, 하위 인터넷 상품에 대해서도 조사해 법적 문제를 검토하고 제도 개선 여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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