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단독] KT 르완다·폴란드법인 줄적자에 인니 파산 항고도 기각

[단독] KT 르완다·폴란드법인 줄적자에 인니 파산 항고도 기각

김보영 기자 입력 : 2021.03.17 06:54ㅣ 수정 : 2021.03.17 10:01

구현모 취임 후 해외법인 청산·축소로 체질개선 나섰지만… / 인니 법인 분쟁은 아직도 진행형…자칫 180억 내놔야 할 판 / KT “국제중재 통해 채권 확보한 상황…법적 방안 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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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KT가 해외 계열사의 줄부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5년전 황창규 전 KT회장이 야심차게 내세웠던 ‘글로벌 기가토피아’가 무색해 지는 행보다.

 

‘글로벌 기가토피아’는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 활성화 및 해외사업 본격화로 2020년까지 글로벌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KT의 목표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해외 계열사 실적을 보면 목표에 절반도 못 미치는 부진한 실적을 냈다.

 

지난해 3월 구현모 회장 취임 이후 일부 해외 법인들을 청산하며 부진했던 사업들을 정리하고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해외 법인 리스크는 남아있다. 최근 KT는 인도네시아 대법원에서 계열사 파산신청의 항소심이 기각되고, 르완다와 폴란드 등 해외 계열사의 적자는 매년 누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니·벨기에·홍콩 법인 청산…르완다는 누적 적자만 1900억

 

KT의 해외 계열사 진출은 이석채-황창규 전 대표들의 주요 사업 중 하나였다.

 

이석채 전 회장은 제 3세계 시장 개척을 위해 아프리카 르완다에 진출했고, 황창규 전 회장은 2016년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2020년까지 글로벌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은 적극적인 해외 계열사 출범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KT의 사업보고서 기준 총 9개의 해외 계열사에서 일본·중국·미국·네덜란드를 제외한 절반 이상이 2013년 이후 진출한 국가들이다.

 

그러나 해외 계열사 출범 당시 포부와 달리 줄줄이 부진을 겪고 있다. KT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계열사 매출은 각각 2017년(법인 13개) 674억원, 2018년(법인 13개) 618억원, 2019년(법인 13개) 701억원, 2020년(법인 9개) 7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해외 매출이 아닌 계열사의 매출로 한정되기는 하나, 계열사 매출 역시 당초 목표했던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손실도 매년 누적되고 있는데, 특히 KT가 승부수를 걸었던 르완다 정부와의 합작법인 ‘KT Rwanda Networks Ltd’은 설립연도인 2013년부터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9일 KT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르완다 법인의 누적 적자만 1983억원에 이른다.

 

계속된 계열사 부진에 KT는 지난해부터 해외법인 청산 및 축소로 체질개선에 나선 모습이다.

 

이는 구현모 KT 회장의 취임 이후 단행된 결과다. 전 대표들과 달리 구 대표는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그룹 핵심 성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고 구 회장이 해외진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구 회장은 통신으로 해외 진출보다는 비통신 분야(데이터·클라우드·콘텐츠)와 B2B(기업간 거래) 영역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 개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1일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해외산업단지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이번 협의로 세 기관은 인도네시아 브까시 산단에 IDC를 구축할 예정이다.

 

협약에 따라 LH는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KT는 설비 구축과 관리를 맡는다. KIND는 사업 구조화 및 타당성 조사, 금융 자문 지원을 담당한다. 세 기관은 또 실무협력단을 구성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중소·중견기업의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KT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KT의 ICT 자원을 해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내 사업 역량들을 글로벌로 지속 확장하고 있다”며 “텔코(이동통신사업자)에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변화를 예고한 만큼 디지코 사업들을 위한 다양한 협력들이 국내를 포함 해외에서도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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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문을 연 KT의 5G 체험관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산업부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왼쪽 세 번째) 장관과 통신정보기술부 루디안타라(왼쪽 네 번째) 장관이 KT 직원에게 5G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T]

 

KT, 인니법인 파산신청 항소심 기각도 변수

 

다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는 KT에게 인도네시아 파산신청 항고 기각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적용할지는 미지수로 남았다.

 

KT는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PT. KT Indonesia’을 청산한 상황이다. 그러나 법인 파산신청을 둘러싼 인도네시아 미디어 기업 ‘글로벌 미디어컴(PT Global Mediacom Tbk)’과의 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KT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중앙 지방법원에 낸 글로벌 미디어컴 파산 승인 요청이 기각됐다. KT 측은 즉각 항고를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인도네시아 대법원에서 지난달 24일 기각됐다. 해당 사실은 IDX(Indonesia Stock Exchange,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지난 3일 기재됐다.

 

해당 소송 건은 10년이 넘게 지속된 분쟁이다. 앞서 2006년 KT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 글로벌 미디어컴을 제소해 승소했으며, 당시 미디어컴은 KT와 풋옵션(put option) 계약에 따른 주식과 소송 비용, 중재 비용 약 18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뉴스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대법원이 지난달 KT 파산을 승인해달라는 항고를 기각했다.  ICC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글로벌 미디어컴이 10년 넘게 명령을 수행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갑자기 상황이 역전된 KT는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항고 기각과 관련해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KT와 글로벌 미디어컴 소송과 관련) 국제중재를 통해 채권을 확보한 상황으로 법적 방안을 강구해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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