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 IT업계 성과급 논란, KT로 ‘불똥’

IT업계 성과급 논란, KT로 ‘불똥’

  • 김용수 기자(yong0131@sisajournal-e.com)
  • 승인 2021.03.08 16:48

경쟁사 SKT, 노사 TF 운영해 성과급 개선···800만원 추가 지급도
KT, 직원들 불만에도 미온적···노조도 묵묵부답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이스트빌딩에서 진행된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KT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이스트빌딩에서 진행된 라이브 랜선 신년식에 참석해 신년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KT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최근 IT업계를 중심으로 성과급 규모와 산정 기준에 대해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한 2030세대) 직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KT 내부에서도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경쟁사 SK텔레콤은 노사가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된 것과 대비된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최근 KT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KT는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 제도가 없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불만은 더 커졌다. KT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8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늘었다.

KT 직원들은 기준급과 고가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역량급을 합친 기본급을 받는다. 부문별 경영성과에 따라 상여금이 지급되지만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따라 나눠 지급하는 성과급 제도는 없다. 과거 이석채 회장 시절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배분(PS)’ 제도가 있었지만 황창규 회장을 거치며 폐지됐다. 대신 KT는 올해 임금단체협상 결과로 1인당 45주(100만원 수준)의 자사주를 지급했다.

KT 직원들은 경영진이 ‘장기성과급’이란 명목으로 성과급을 받는 반면 성과에 대한 직원 배분은 없다고 지적한다. KT는 지난해 구현모 대표(5억여원 지급)를 포함한 임원들에게 28억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했다.

KT 내부 직원들의 익명게시판에는 “우리는 왜 영업이익에 연계한 성과급이 없어야 하냐” ”재무제표상 유보율은 늘고 부채는 줄어드는데 회사는 한결같이 돈이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냐” “능력 있는 사람이 찾아오고, 그들을 붙잡아 둘 수 있는 회사가 돼 달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경쟁사 SK텔레콤이 최근 노사 합의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개선하기로 하면서 이같은 KT 직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SK텔레콤 노조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 5.0%, 21.8% 성장했는데도 작년분 성과급이 전년보다 20% 정도 줄어들었다며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합동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SK텔레콤 노사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 등 대체 지표로 변경하는 것 ▶지급 방식 대폭 개선해 기준 금액 이상 받는 구성원 비율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SK텔레콤은 노사 합동 TF를 통해 상반기 내 세부 지표와 지급 방식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2022년 지급하는 성과급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한 KT 직원은 “물가상승률만큼이라도 급여를 올려주면 모르겠는데 그렇지도 않다 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강요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라 월급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자기 일하는 만큼의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애사심은 자연스레 생긴다”며 “돈은 안 주면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라’ ‘나도 경쟁사 사장보다 덜 받는다는’ 등 말만 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충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에 대해 KT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KT는 “성과급은 미리 공유한 대로 직원들에게 지급되고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최장복 KT 노조위원장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최 위원장을 비롯한 KT 노조는 이 같은 직원들의 호소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KT 민주동지회는 늘어난 영업이익을 근거로 경영진은 장기성과급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원을 받는 반면 직원들에 대한 성과배분은 없는 불공정한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조 협상 촉구에 나섰다.

KT 민주동지회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10% 정도는 배분돼야 다른 통신업체에서 PS 제도로 받는 성과급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다”며 “그러나 KT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는 상태다. ‘연봉 1억원 시대’를 얘기한 노조 집행부는 성과배분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합동 TF에서 임금협상 타결금 명목으로 전 직원에게 800만원을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는 오는 11일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지급이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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