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주 자문관계에 있는 한 공공기관노조 질의에 대해 검토 의견서를 작성하다가 문득 오늘, 이 코로나 시대에 노동조합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에 따라 해당 사업장 일부가 휴업하게 됐다. 그런데 사측은 휴업하는 직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것을 사측에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정부의 강제조치로 휴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니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측은 노조가 요구함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상반기에도 휴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사측은 휴업수당을 지급했다. 당시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실시했던 것인데 반해, 이번에는 법령에 따라 정부의 강제조치로 실시하게 됐다. 그래서 그때와는 다르다고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사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지급의무가 없는 휴업수당을 지급하게 된다면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는 등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며 법무법인 의견서까지 내보이며 사측은 완강히 버티고 있다. 그래서 노조는 그 법무법인 의견서까지 첨부해서 사측 주장이 맞는지를 질의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노조에 회신하기 위해 그에 대한 법적 검토 의견을 정리하다가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과연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했다.

2. 휴업수당에 관해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46조). 이처럼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 휴업수당을 지급하도록 근로기준법은 정하고 있는 것이니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실시하게 되는 휴업이 아니라면 사용자는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휴업을 실시하면서 자문노조의 사업장에서도 사측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법령에 따라 정부의 강제조치로 해당 업무를 중단하고 그 종사 직원들의 휴업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서 위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의 지급요건인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휴업 직원들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할 수가 없다고 사측은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코로나19(COVID-19)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한 사업장 대응 지침’(8판)에서도 “정부의 격리조치 등 불가항력적으로 휴업시 휴업수당 미발생”한다고 밝혀 놓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강제조치로 휴업하는 사업장에서는 그 노동자들은 휴업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 노조가 보내 온 질의서에 첨부된 법무법인들의 의견서에도 이 노동부 지침을 판단근거의 하나로 적극 인용하고 있었다. 이에 따른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사업장의 감염 방지를 위해 사용자가 스스로 사업장 폐쇄를 하고 휴업한 경우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돼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정부의 강제조치로 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니 휴업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부는 이 나라 사용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안내했던 것이고, 자문노조 사업장 사용자도 그에 따르겠다 하고 있는 것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노조에 회신한 바 있었다. 휴업 실시 직전에 노조가 했던 질의에 대해 사측은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나는 노조에 회신했다. 근로계약이란 근로자는 사용자에 노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임금을 지급하는 계약이다. 여기서 근로자는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을 제공하면 사용자가 자신의 지휘명령에 따라 자신의 사업에 근로자를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근로자로 사용자에게 복종해서 일해야 한다고, 종속관계를 판단기준으로 근로계약 내지 근로자 해당하는지에 관해 법원은 수많은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판결해 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근로자를 사용할지는 사용자의 몫인 것이다. 사업장에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는 사정을 내세워 근로계약상 자신이 져야 할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사업장이 어떤 사정으로 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어도 그것은 사용자가 책임져야 하는 영역, 사용자의 영토에서 발생하는 것이니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보고 근로계약상 임금지급 의무를 져야 한다고 봐야 한다. 사업장 전체를 폐쇄하고서 하는 휴업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즉 일부 업무만 폐쇄하고 그 업무 종사자에 대해 휴업을 하는 경우에는 그 사업장에서 자신의 사업을 위해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로서는 다른 업무에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니 근로계약상 해당 근로자를 사용하지 않는 데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 이것이 코로나 휴업에 대한 법적 검토의견이니 사측 주장은 부당하다고 나는 노조의 질의에 회신해야 했다. 그럼에도 사측이 위와 같이 노동부 코로나지침과 법무법인들의 의견서를 내세워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다며, 지급하게 되면 사장 등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가 있다고 완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없는데도 지급할 경우 업무상 배임이 되는 것인지를 질의하기에 이르렀다.

3. 이 노조의 질의를 지난주 검토하면서 나는, 이미 질의회신한 바대로 사측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니 사장 등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만 의견서를 작성해 노조에 보낼 수는 없었다. 이미 휴업수당 지급의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질의회신서로 노조가 받아 봤음에도 사측 주장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은, 휴업수당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데도 지급하면 사측 주장처럼 사장 등 회사 경영진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는 것인지 묻고 싶은 것일 테니 말이다. 사측, 즉 회사에 지급의무가 없다면, 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장 등 경영진이 법적으로 타인인 근로자에게 경제적 이득인 휴업수당을 줄 경우 자신의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서 업무상 배임 해당할 수도 있다고 논란이 될 수 있겠고, 현재 사측은 이를 내세워 지급하지 못하겠다 하는 것이니 노조로서는 법적 검토를 받아 볼 필요가 있을 게다.

그런데 이렇게 사용자의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아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지급할 수 없다고 나온다면, 지급을 요구하는 노조로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면 된다. 즉 사측은 지급의무가 인정돼 업무상 배임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지급하겠다는 것이니 노조는 그렇게 해 주겠노라고 말해 주면 된다. 임금지급 의무는 근로계약·취업규칙·노동관행·단체협약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될 수가 있다고 법원은 반복해서 판결해 오고 있고, 이를 부정하는 노동법학자도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노조가 요구해서 사측이 지급하기로 정해서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노사 대표가 서면에 서명 또는 날인해서 코로나 휴업시 임금을 지급하기로 정해 지급하면, 이는 법상 단체협약인 것이니 간단히 사장 등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는 걸 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법이 아니라도 우리 노동현장에서 많은 사업장에서 사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성과급 같은 각종 금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급여규정 등 회사 제규정에서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장이 휴업수당 내지 휴업수당에 상응하는 금품을 지급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서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배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근로계약관계에서는 근로계약·취업규칙·노동관행·단체협약에서 임금 등 금품 지급의무를 사전에 정해 놓고 있지 않아도 사용자는 얼마든지 근로자에 임금 등 금품을 지급할 수 있는데도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 금품 지급을 업무상 배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4.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면서 20여년을 변호사로 살아 오면서 깨달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지금 이 순간 그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우리 노조들은 법적으로 노조에 부여한 소명에 매달리기 보다는 법적으로 이미 노동자의 권리로 확보된 것을 사용자로부터 확인받는데 관심을 두고 활동한다는 것을 들고 싶다. 근래 이 나라 노조가 투쟁해 왔던 것을 보면, 이미 법과 법원판례에 따른다면 이미 노동자 권리로 확인되는 것을 두고서 마치 임단협처럼 사용자를 상대로 협상해서 사용자의 확인을 받는 데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조는 이미 노동자의 권리로 확보된 것을 지켜 내기 위해서 아니라 새로운 노동자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단결권 같은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도, 그에 따라 노조 조직과 활동을 규정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도 노조의 존재 이유를 그렇게 선언해 놓았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이라면 코로나 시대에 정부의 강제조치로 휴업하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그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교섭과 투쟁을 할 수 있다. 지급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배임 운운하는 사용자에 대해서는 휴업수당 지급 요구를 해서 그 지급의무를 확보해 주겠다고 나서라고 노동조합은 스스로 법적으로 당당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