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단독] 승진 앞둔 엘리트 경찰 간부들, 줄줄이 KT행

[단독] 승진 앞둔 엘리트 경찰 간부들, 줄줄이 KT행

입력 : 2020-05-18 14:59:47 수정 : 2020-05-18 15:01:30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장 등 ‘승진 코스’로 불리는 주요 보직에 있던 경찰 간부들이 최근 줄줄이 KT로 거취를 옮겼다.

 

1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표를 낸 강남서 형사과장 서현수 전 경정은 이달부터 KT로 출근한다. 또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소속 백종민 전 경감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지수대) 윤덕영 전 경위도 각각 같은 회사 그룹경영팀, 형사법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모두 유력한 승진 대상이어서 경찰 내부에서는 ‘KT행이 의외’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강남서 형사과장을 지낸 서 전 경정은 경찰대 15기 출신으로 서울 수서서 형사과장, 부산 북부서 형사과장, 경찰청 수사국 등을 거친 전형적인 형사통이다. 경찰청 기획계에서 근무하던 백 전 경감은 경감 승진 전까지 주로 보안 분야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경위는 보이스피싱 최전선으로 불리는 지수대 지능1계 출신이다. 그는 해군 장교로 군 복무 후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윤 전 경위는 올해 보이스피싱범을 많이 잡아 내년 승진이 유력한 상황이었다”면서 “경위에서 바로 KT 부장급으로 갔다고 해 주변에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KT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모두 부장급 대우를 받고 영입됐는데, KT 부장급은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억 중반대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경찰공무원·소방공무원 및 의무경찰 등의 봉급표에 따르면 경위 연봉은 1호봉(최저) 2480여만원∼31호봉(최고) 5093여만원이다. 수당 등을 합한 평균 연봉은 4500만원 수준이다.

 

경찰 간부들이 민간 기업행을 택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경찰대 2기 졸업생이자 노조 와해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도 경감으로 퇴직해 삼성맨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이 밖에도 조영석 CJ제일제당 부사장, 김희석 한화건설 고문, 김사필 전 삼성전자 전무, 영등포경찰서장을 지낸 김두연 AK홀딩스 전 상무 등이 경찰에서 재계로 이직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앞서 KT는 상설기구화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위원회 위원장으로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을 영입하고, 법무실장에 안상돈 전 서울북부지검 검사장을 채용했다. 이 같은 인재 영입은 앞서 KT 전임 회장과 임직원 등이 대거 불법채용 등 법적 고초를 겪은 이후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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