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단독] MB 국정원, 21개 노조 상대로 민주노총 탈퇴 관여

[단독] MB 국정원, 21개 노조 상대로 민주노총 탈퇴 관여

등록 :2020-05-12 21:35수정 :2020-05-13 02:31

국정원 감찰자료 보니
KT·서울지하철노조 포함
국세청 등 국가기관도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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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정원 내부 문건에선 그동안 정황만 제기됐을 뿐 구체적인 ‘물증’이 없었던 여러 건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 역시 확인된다.

 국정원이 수사 참고자료에서 2009~2011년 민주노총 탈퇴에 개입했다고 스스로 밝힌 노조는 케이티(KT)와 그 계열사, 서울지하철, 영진약품, 그랜드코리아레저 등 21곳에 이른다. 국정원은 이들 노조가 탈퇴하는 데 국세청 등 국가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예컨대 2009년 3월 탈퇴한 민주노총 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영진약품지회는 국정원이 국세청 차장을 접촉해 이 회사에 부과된 탈세추징금 85억원의 납부시한을 연기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노사에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한 것으로 나온다. 한국관광공사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 노조(민주노총 서비스연맹)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민주노총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노동자 1명당 월 30만원씩 지급되던 장려금 지급을 철회”하도록 압박해 탈퇴를 유도했다.
2009년 4월 케이티에 대해선 국정원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온건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회사 쪽의 노무관리 강화를 독려”하고 “노조 위원장을 접촉해 민주노총 탈퇴를 설득하는 한편, 회사 쪽에도 인사·보수제도 개선 등 노조 요구사항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방식으로 개입했다. 향후 2011년 출범한 국민노총 위원장을 맡은 정연수씨가 위원장이었던 서울지하철노조의 민주노총 탈퇴 진행 경과는 청와대까지 보고됐다.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변호사)은 “사건기록의 내용은 그야말로 믿을 수가 없었던 내용, 믿고 싶지조차 않았던 내용으로, 국가의 정보기관이 전국단위 노동조합 총연합단체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해 와해공작을 획책한 것은 민주사회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엠비(MB) 정부 당시 발생한 국가적 노조파괴 범죄의 책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한겨레21>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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