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스트레스 끝에 목숨 끊었다면 산재 인정

“심한 스트레스 끝에 목숨 끊었다면 순직 인정”

등록 :2019-08-04 11:24수정 :2019-08-04 20:27

18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 경찰관
민원·소송 겪다 극단적 선택
법원 “공무와 질병 사이 인과관계 인정”

경찰관이 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라도 공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사망이었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사망한 경찰관 ㄱ씨의 부인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 결정 처분 취소 소송 등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1988년 순경 공채로 경찰관 생활을 시작한 ㄱ씨는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부인은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한 것이라며 순직유족급여 지급 및 공무상요양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가 18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점을 들어, 그의 질병은 직무가 아닌 개인적 성향 등 외적인 이유로 발병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에 불복한 부인은 ㄱ씨의 우울증이 각종 악성 민원과 소송, 업무실적 압박 등에 의해 악화된 것이라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로 ㄱ씨는 2017년 1월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장으로 전보된 뒤 일어난 악재로 강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의 팀이 맡은 사건 피의자나 피해자들로부터 수사에 대한 각종 민원을 받고, 예전에 맡은 사건 피고인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뒤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재판부는 “ㄱ씨의 신체적, 심리적 상황과 주위 상황, 사망 경위 등을 종합하면 공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해 악화된 것이 맞다”며 우울증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가 팀장이 된 뒤 “민원과 소송이 다수 제기돼 민원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민원이 발생하고 팀원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고 설명했다.ㄱ씨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노력했지만 공무 스트레스로 증상이 더욱 악화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그가 “2017년 초부터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 22회의 통원치료 및 46일 동안의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우울증의 발병 및 악화가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ㄱ씨가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업무에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04409.html#csidx1c8a21f02a1668eafe12e176247a4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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