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 줄줄이 구속, 김성태 등은 피의자 조사도 안 받아
수사 막바지…물증 확보도 직권남용 입증도 현행법 한계
검찰의 ‘KT 채용비리’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2년 인사 업무를 총괄한 임원부터 ‘특혜 채용 의혹 정점’인 이석채 전 회장까지 청탁을 받아 실행한 KT 사람은 모두 구속됐다. 하지만 청탁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 한계로 법 적용의 어려움 때문이다.
2일 서울남부지검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한 KT 부정 채용은 총 9건이다. 채용 청탁 의혹이 제기된 유력인사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이다. 이 중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사람은 없다. 다만 시민단체가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김성태 의원의 경우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민간 기업에서 발생한 채용비리 사건에는 대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한다.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위력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전 회장을 비롯한 KT 임원들에게도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부정 채용을 청탁한 사람에겐 업무방해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 업무방해 공범이나 교사범으로 처벌하려면 타인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용비리 사건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는 나오기 쉽지 않다. 유력인사인 청탁자가 “특정 지원자를 뽑으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드물뿐더러, 청탁 정황이 드러나도 “정상적 절차 내에서 인간적으로 잘 봐달라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발을 빼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정민영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민원과 청탁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사실”이라며 “인사청탁으로 비칠 수 있는 부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처벌을 하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회의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채용 청탁을 했다면 업무방해죄로 충분히 의율할 수 있다고 본다”며 “유력인사들의 채용 청탁에 대해 법원 판단이 인색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청탁자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라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볼 수 있다. 강원랜드에 채용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권성동·염동열 한국당 의원에게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전제조건이 붙는다. 국회의원이 해당 기업의 소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등 ‘남용할 직권’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직권남용 적용 기준은 까다롭다. 검찰이나 법원의 잣대가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종종 받는다. 직권남용에 대한 엇갈린 판단 때문에 법망을 피한 대표적인 사례가 최경환 한국당 의원이다. 검찰은 최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으로서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대한 관리감독권한을 갖고 있었고, 보좌관 채용 청탁은 이를 남용한 것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탁 실행자인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달리, 최 의원은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직원 채용은 국회의원의 직무 권한 밖”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 의원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합격시키라’는 최고 수준의 압력을 가한 진술이 이례적으로 확보된 경우다. 그럼에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다”며 청탁자에 대한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피해 청년 28명과 시민 1402명은 지난해 12월 “권력을 가진 청탁자의 청탁이 없었더라면 수많은 청년들이 공정한 기회를 누렸을 것”이라며 권 의원과 염 의원의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