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KT, K뱅크 대주주 내놓기로

KT, K뱅크 대주주 내놓기로

조선일보

 

입력 2019.05.03 03:07

“박삼구가 아시아나 살렸듯 KT, 미련 버려야 은행 살려” 금융당국 압박에 KT도 수용

국내 첫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가 기존의 KT가 아닌 새로운 대주주를 찾게 될 전망이다.

2일 복수의 금융 당국과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을 살리려면 새 대주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케이뱅크 측에 전달했고, 그동안 대주주 자격을 얻으려 했던 KT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내부에 밝은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미 KT를 대신해 경영을 주도할 기업을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금융위원회는 KT가 케이뱅크 대주주가 되기 위해 신청했던 적격성 심사를 중단시켰다.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심사 중단으로 KT는 5900억원 규모의 증자(增資)를 통해 대주주에 오르려던 계획도 실행할 수 없었다. 현재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4775억원으로 카카오뱅크(1조3000억원)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달에는 부족한 자본금 탓에 은행들이 지켜야 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급격히 떨어졌고, 추가적인 BIS 비율 하락을 막기 위해 예금 금리를 내리고, 일부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코드K 정기예금’과 ‘주거래 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씩 내렸고 전체 대출 상품 6개 중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비상금 마이너스통장’ 등에 대한 신규 가입 신청을 받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했지만 KT의 대주주 등극이 미뤄지면서 고질적인 자본금 부족으로 이번까지 17번이나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은행 대주주로 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업에도 예외를 허용하는 인터넷은행법의 국회 처리가 작년 말에야 이뤄진 영향도 컸다.

금융계에서는 케이뱅크가 정상적인 영업을 하려면 최소 카카오뱅크 정도의 자본금은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은행들은 보통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소 10.5% 이상으로 맞추는데, 케이뱅크는 이 비율이 작년 하반기 한때 10.7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수백억원대 소규모 증자를 통해 단기적인 자본 건전성 문제를 해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선 당장 케이뱅크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적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주주 오너를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KT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은 2~3개월 기다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KT도 무엇이 은행을 살릴 수 있는 선택인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포기해 회사를 살리는 선택을 했듯이 KT도 은행 대주주 지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은행에 미래가 있다”고 했다. 케이뱅크 내부에 밝은 관계자는 “자본금 등 문제로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되는 등 혼선이 잦으면 곤란하다”며 “경영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혁신 시도를 이어갈 대주주 후보를 찾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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