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구조조정 업무 괴로워…’이타적 자살’도 산재 인정

동료 구조조정 업무 괴로워…‘이타적 자살’도 산재 인정

등록 :2018-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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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감축과 업무 허려움 호소…
직장 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법원, 업무상 재해로 첫 인정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다른 직원들의 고용 불안에 스트레스를 받던 노동자의 ‘이타적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법원이 업무와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한층 더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김정중)는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회사 정책에 반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ㄱ씨의 유가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판결은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ㄱ씨는 ㅎ주식회사에 입사해 한국전력공사가 위탁한 전기사용량 외근 검침 업무를 총괄했다. 외근 검침원들은 고객을 방문해 전기사용량을 점검하는 일을 했다. 그런데 한전이 2014년 검침원의 방문 없이도 전기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는 원격검침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이 줄어든 외근 검침원은 직장을 잃을 상황에 놓였다.인원 감축 대상을 선정해야 하는 외근 검침원 책임자였던 ㄱ씨는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ㄱ씨는 직장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 “원격검침 시행은 착착 진행되고 7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시작에 불과하겠지만 힘없는 약자는 막을 수가 없네. 하찮은 하소연이지만, 나비효과가 되어 원격검침이 보류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라고 적었다.ㄱ씨의 가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2015년 “망인의 자살은 이타적 자살로서, 판단력 상실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없다”며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신이 아니라 집단을 위한 자살을 ‘이타적 자살’로 정의한 바 있다.하지만 재판부는 “망인은 유서에서 원격검침 사업 시행에 따른 인원 감축과 업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유서의 내용에 비추어 억울하고 막막한 심리상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직장 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망인은 외근 검침원 관리 업무를 하면서 자신이 일부를 감축하여야 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근로복지공단의 판단과 달리 모든 자살은 그 자체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나오는 행위”라며 “업무상 재해 인정에 있어 자살 동기의 업무 관련성 여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법리적으로 확인한 선례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48996.html#csidx805c8d8d7df0150855281fdf9112a6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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