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대법원 판례 반박…“내년 12월 말까지 국회가 개정해야”
회사가 노동조합에 운영비를 전혀 지원하지 못하게 한 노동조합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회사가 노조 압박 수단으로 운영비 지원을 악용한다면 금지하는 게 맞지만 노조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현실에 비춰볼 때 지원 목적과 경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전면 금지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통신비나 전기·수도요금을 받는 것조차 안된다고 해석해왔지만 헌재는 이 같은 대법원 판단이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사측이 노조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4호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금속노조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3일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결정으로 해당 법률을 바로 무효화하면 법의 공백이 생기거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될 때 국회에 시한을 주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헌재는 이 조항을 2019년 12월31일까지 국회가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노동자의 후생자금이나 최소한의 노조 사무소 제공을 제외한 모든 사측의 지원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으로 인해 사측의 노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지원을 금지해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침해된다고 봤다. 헌재는 “노조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노조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며 “회사의 운영비 지원도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해 정하는 게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또 “운영비 지원으로 인해 노조의 자주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는지 여부는 그 목적과 경위, 지원된 운영비 내용, 금액, 방법, 지원된 운영비가 노조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 지원된 운영비의 관리 방법 및 사용처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며 “노사의 자율적인 단체교섭에 맡길 사항까지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해 노조의 자주적인 활동 성과를 감소시킨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조항을 엄격하게 해석해왔다. 노조가 적극적으로 요구하거나 투쟁을 통해 사측으로부터 노조 사무실의 통신비, 전기·수도요금 등 사무실 유지비, 사무용품 지원을 얻어냈다 해도 무조건 안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였다.
헌재는 이 같은 대법원 판례에 대해 반박했다. 헌재는 “기업별 노조는 활동을 위해서 사무실 등을 기업 내에 마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측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노조의 재정자립도가 높지 않은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소규모 사업장의 노조는 운영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사측으로부터 일정한 정도의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