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단독]KT 황창규 회장 4년 경영 성적표 ‘낙제점’

[단독] KT 황창규 회장 4년 경영 성적표 ‘낙제점’

영업이익·통신 점유율·주가 등 경쟁사 대비 하락…황 회장 경영 능력 재평가 목소리 높아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5.30(수) 10:42:28 | 1493호

 

황창규 회장은 그동안 ‘KT의 구원투수’로 알려져 왔다. 경영 합리화와 인적 구조조정을 통해 적자 회사를 단기간에 흑자로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2014년 1월 KT CEO에 취임했다.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회사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될 때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하향 조정했다. KT의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임무가 황 회장에게 주어졌다.

 

황 회장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렌터카 업계 부동의 1위인 KT금호렌터카(현 롯데렌터카)를 포함, 비통신 자회사를 줄줄이 매각했다. 사업이 중복되는 계열사는 과감하게 합쳤다. 덕분에 KT 계열사 수는 1년여 만에 56개에서 49개로 줄어들었다.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표면적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KT는 2015년부터 3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을 인정받아 황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에도 성공했다. KT 측도 그동안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사상 최대 위기에서 벗어나 KT 경영이 정상화됐다”고 홍보해 왔다.

 

황창규 KT 회장이 1월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5G 이동통신 상용화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황창규 KT 회장이 1월5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의 5G 이동통신 상용화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시사저널이 주요 증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달랐다. 황 회장 취임 이후 실적과 주가, 시장점유율 증가율을 분석한 결과, 이동통신 3사 중에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연평균 영업이익이 우선 눈에 띈다. 황 회장이 재임했던 2014~17년 KT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9250억원으로, 전임 회장 재임기간(2009~13년) 평균(1조3900억원)의 70% 수준에 머물렀다. 서비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 역시 4.63%로 전임 회장 때(8.04%)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평균 주가는 3만8349원에서 3만748원으로 19.8% 감소했다.

 

KT 측은 “2014년 말 순부채비율이 92.3%에 달할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취임 첫해 영업적자가 컸기 때문”이라며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순부채율은 40.8%로 낮아졌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시킨 것이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 S&P도 2017년 1월 KT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Baa1에서 A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KT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의 시각은 달랐다. 황 회장은 2014년 5월 구조조정을 통해 8304명을 내보냈다. 본사 인력의 27% 수준이었다. 한때 3만 명이 넘던 직원은 2만3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로 인한 인건비 감소액이 연간 7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김인회 부사장(당시 재무실장)은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황 회장 재임 당시 거둔 실적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게 KT 주변 인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KT 임원은 “인건비 감소분(7000억원)을 고려하면 최근 몇 년간 거둔 실제 영업이익은 1조원대 미만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셀프 적자’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의 관계자는 “취임 첫해 8304명을 내보내면서 명예퇴직 비용 1조500억원이 인건비에 반영됐고, KT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며 “이듬해 적자 기업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켜 황 회장의 경영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셀프 적자’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매년 7000억원 인건비 절감분 미반영

 

실제로 황 회장 취임 후 이동통신 점유율이나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은 모두 하락한 상태다. 2009년 31.17%에 달하던 이동통신 점유율(알뜰폰 및 IoT 제외)은 2017년 28.57%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이통3사 기준)은 52.19%에서 48.62%로 하락했다. 특히 황 회장은 취임 직후 “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틈만 나면 강조해 왔다. ‘기가 드라이브’를 통해 4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의 점유율은 전임 회장 때보다 크게 하락했다. 이석채 회장 재임 당시 이동통신과 초고속 인터넷의 점유율 평균은 각각 30.71%와 52.41%를 기록했다. 이동통신의 경우 2013년을 제외하고 모두 점유율 30%를 웃돌았다.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 5년 동안 한 번도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황 회장 재임 이후 이들 사업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단 한 해도 점유율이 상승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평균 점유율 역시 각각 28.80%(이동통신)와 49.54%(초고속 인터넷)로 전임 회장과 차이를 보였다. 2011년 62.53%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IPTV의 점유율은 지난해 48.58%로 6년 만에 22.31%나 감소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통신 본연의 경쟁력 회복을 외쳤던 황 회장 재임 이후 점유율이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동통신이나 초고속 인터넷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거나, 오히려 상승한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와 비교되고 있다. 지난 4년간 SKT의 이동통신 점유율은 50.35%에서 49.05%로 소폭 감소했지만, 초고속 인터넷과 IPTV 점유율은 각각 30.15→30.20%, 26.39→28.41%로 증가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동통신·초고속 인터넷·IPTV의 시장 점유율이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본연의 경쟁력 회복’은 헛구호

 

‘축포’만 터트리지 말고 황 회장의 경영 능력을 엄밀하게 다시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KT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KT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분석 결과를 보면 황 회장이 통신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했다기보다 비통신 사업과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그동안 수익을 냈다는 얘기가 된다”며 “황 회장이 2020년까지 1조원의 수익을 내겠다고 밝힌 스마트에너지나 보안 사업 역시 점유율이 미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황 회장은 지난해 23억58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이동통신3사 CEO 중 ‘연봉킹’에 올랐다. 급여는 5억7300만원이지만, 성과급을 포함한 상여가 17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어떤 기준으로 상여를 책정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KT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4년간 영업이익은 1조8785억원에서 1조536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9%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LG유플러스의 경우 2009년 6537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826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8.8%를 기록했다. 하지만 KT의 경우 이동통신 3사의 평균(7.9%)에도 못 미치는 6.8%에 그쳤다. 이 때문에 황창규 회장 취임 직전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KT의 주가는 13% 하락했지만, SKT와 LG유플러스의 주가는 각각 23%와 30% 증가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KT 측은 “초고속 인터넷이나 IPTV의 초기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데 따른 조정 과정에서 점유율이 소폭 하락했다”며 “경영진이나 특정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통신업계 특성이다. 점유율은 항상 변하는 만큼 곧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