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통신비 내리랬더니…이통3사 ‘배당·성과급 잔치’

통신비 내리랬더니…이통3사 ‘배당·성과급 잔치’

등록 :2018-02-07 18:28수정 :2018-02-07 20:57

SKT·KT·LGU+ 실적 뜯어보니

지난해 매출 3% 늘어 3년 연속 증가
“요금 내리면 매출 감소” 반발 무색

설비투자 유도했지만 3.7% 줄어
마케팅비 줄이긴 커녕 4.7% 늘어
배당·성과급 늘려 정부 정책과 엇박자
통신요금 인하 목소리 힘 얻을 듯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지난해 통신사들은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정책과 배치되는 경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설비투자와 요금인하에는 소극적이면서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한편, 배당금이나 임직원 성과급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7일 통신 3사의 지난해 실적(별도 기준)을 따져보면, 매출은 42조712억원으로 2016년 40조8142억원보다 3% 늘어 2015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였다. 영업이익은 2014년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해마다 큰 폭으로 늘다가, 지난해에는 3조4391억원으로 전년보다 4.4% 줄었다. 마케팅비 지출은 2014년 이후 줄곧 감소하다 지난해 7조9741억원으로 전년보다 4.7%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5조3715억원으로 3.7% 줄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러한 실적은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정책 목표와 통신사들의 경영이 엇박자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그동안 통신사를 대상으로 소모적인 마케팅 경쟁을 줄이는 대신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요금인하 경쟁에 나서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단말기 유통법을 시행하고,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마케팅 경쟁 수위까지 관리했다. 또 시민단체들의 요금인하 요구에는 설비투자 재원 마련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명목으로 경쟁을 통해 내려가게 해야 한다고 반박해왔다.하지만 통신사 매출이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조처 효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늘었다고 할 수 있어서다. 통신사 안에서도 “데이터통화 증가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 조정에 따른 매출 감소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케팅비가 지난해 늘어나고 설비투자는 줄곧 감소하는 것도 정부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통신 3사의 배당도 늘어난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지난해처럼 주당 1만원씩을 유지한 반면 케이티(KT)는 1천원으로 전년보다 200원 올려 배당하기로 했다. 엘지유플러스(LGU+)도 지난해보다 50원 늘어난 주당 35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통신사 임직원 성과급도 지난해보다 많아질 것으로 알려졌다.통신사들이 설비투자는 줄이면서 배당·성과급은 늘림에 따라 요금인하 목소리가 힘을 얻을 전망이다. 통신사들이 “투자비 마련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보편요금제’ 도입 등에 반발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티는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었는데도 배당을 25%나 늘리기로 했다.이날 경실련·참여연대·소비자시민모임·한국소비자연맹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보편요금제 도입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가별 요금제를 비교한 자료를 내보이며, 보편요금제의 음성통화·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확대할 것도 요구했다. 오는 6월에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시민·소비자단체들의 통신요금 인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31271.html#csidxf198480df788faaa8eb429a682174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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