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성명] KTS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하며, 원청 KT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513회 | 작성: 2017년 6월 20일 8:22 오후한 통신노동자가 고객에게 피살당하는 참변이 발생하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KT의 자회사에 근무하던 고 이상철 님은 인터넷 A/S를 위해 출동했다가 평소 KT서비스의 불만을 품고 있던 고객이 분풀이로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살해당했다. 고인의 허망한 죽음을 애도하며 명복을 빈다. 주요 언론들은 이 사건을 분노조절장애에 의해 촉발된 범죄라는 측면에서만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고인의 죽음은 노동자들을 위험한 노동으로 내몰면서도 안전대책에는 무관심한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고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고인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노동현실의 문제를 직시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고인은 본래 KT정규직으로 근무했었지만, 2014년도에 진행된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강제적인 명예퇴직을 통해 KT에서 밀려났다.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으로 KT에 입성한 황창규 회장이 KT노조 어용집행부와 밀실합의로 단행한 구조조정이었다. 당시 KT 전 직원의 1/4에 해당하는 8,304명이 강요된 명예퇴직으로 쫓겨났는데, 이들 중 58세 이전에 사망한 사람이 고인을 포함해 이미 34명에 달한다. 한편 이 구조조정의 결과로 고인이 수행하던 개통, A/S 업무는 KT업무에서 폐지되었고, 자회사로 완전히 아웃소싱되었다. 결국 고인은 명퇴 이후 KT의 자회사인 KT서비스에 재입사하여 KT에서 하던 설치, A/S 업무를 동일하게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정규직 일자리가 자회사의 간접고용 일자리로 아웃소싱된 당연한 결과로 고인의 노동 조건은 이전에 비해 훨씬 악화되었다. 임금은 반으로 줄었지만 실적에 따른 급여체계의 압박 때문에 일은 훨씬 늘어났다.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까지, 토요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일상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의 일터라는 정당한 바람은 더욱 멀어져 갔을 것이다.
많이 알려져 있듯이 통신 전주와 창틀, 옥상을 오르내리며 개통, A/S를 수행하는 통신노동자들의 안전문제는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이들은 때로는 불만고객의 막무가내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번처럼 흉기를 휘두르는 극단적인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폭언과 욕설은 다반사이며 손찌검을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원청과 하청 자회사는 이를 노동자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돌려버릴 뿐이다. 이번에 고인에게 흉기를 휘두른 가해자는 오래 전부터 KT서비스에 불만을 가지고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한 고객이었고, 개통, A/S 기사들 사이에서 ‘웬만하면 안 가고 싶은 고객’으로 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위험 고객’이라도 A/S 요청이 들어와 방문지시가 할당되면, 노동자는 아무런 안전 대책도 없이 방문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위험 징후가 있을 때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작업중지권’의 개념이 서비스 노동자에게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또한 통신노동자들의 안전문제는 하청 자회사 단독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고객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이자, 하청 자회사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관리하는 주체인 원청 KT가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고인의 죽음은 민영화된 KT에서 끊임없이 진행되었던 구조조정의 아픈 역사를 다시 돌아보도록 만들었다. 또한 하청 자회사에 간접고용된 통신노동자들이 온갖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열악한 노동의 현실 또한 보여주었다. KT전국민주동지회는 다시 한 번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통신노동자들이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행동에 적극 나설 것이다.
2017.6.20
KT전국민주동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