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진도 안나가는 ‘이통 기본료 폐지’…미래부의 버티기?

진도 안나가는 ‘이통 기본료 폐지’…미래부의 버티기?

등록 :2017-06-04 18:42수정 :2017-06-04 22:42

문 대통령 ‘통신비 인하 공약’ 답보 왜?
국정기획위 2차례 업무보고 때
미래부, 관련 방안 보고 안해
박근혜 정부 땐 폐지 반대 입장
‘이통사 반발 의식하기 때문’ 분석
“새 정부 공약이행 미온적” 우려도
참여연대 관계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연대 관계자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이동통신 기본요금 폐지’ 공약이 다른 공약과 달리 전혀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공약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통신요금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의 소극적 태도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8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을 직접 발표했고, 그중에서도 기본료(1만1천원) 폐지를 첫번째로 내세웠다. 하지만 미래부는 지난달 25일과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관련 방안을 보고하지 않았다. 1일 보고를 받은 이개호 국정기획위 제2분과 위원장은 “미래부가 통신비와 관련한 안을 갖고 오지 않아 오늘 검토를 못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날 보고는 미래부가 첫 보고에서 기본료 폐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국정기획위가 추가 보고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었다. 미래부는 지난 정부에서 기본료 폐지 반대 입장이었다.

미래부의 ‘버티기’는 대부분 부처들이 기존 정부 정책기조에서 선회해 새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미래부와 함께 통신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행보와도 다르다. 방통위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등과 관련해 지난달 중순께 이동통신사와 시민단체를 직접 방문해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아이시티(ICT)정책국장은 “미래부가 기본료 폐지에 대해 하다못해 일정조차 내지 않고 있는 것은 새 정부 공약에 발맞출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미래부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이동통신사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SKT),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 발표된 직후부터 “기본료가 폐지되면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펼치며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통사들은 공약 현실화를 막기 위해 대관, 홍보 등 대외협력조직을 중심으로 국회, 미래부 등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미래부 장관과 2차관 등 통신정책을 지휘할 새 지도부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점도 미래부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는 사안이 복잡해 단기간에 방안이 나오기 힘들다”며 “기본료가 폐지되면 사업자들의 매출과 이익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강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안에서도 기본료 폐지에 미온적인 입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미래부의 1차 보고 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기본료 폐지는 업계 문제도 있고, 시장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약을 했다고 해서 당장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개호 위원장은 2차 보고 전 모두발언에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측면을 고려해야겠지만, 사회적 약자의 통신료를 절감하겠다는 (공약의) 취지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새 정부가 ‘기본료 전면 폐지’ 공약에서 ‘사회적 약자에 국한한 통신비 인하’로 한발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참여연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기본료 폐지 공약을 낸 것은 국민들의 통신비 고통이 크기 때문인데 미래부가 통신사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실효성 있는 통신비 인하 정책이 새 정부 초기에 시행되지 않을 경우,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797472.html#csidx6b2cf5973fbe9b8838df744d958485c




언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