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박근혜 정부 일방적 시행
ㆍ공공기관 수십곳 소송 중
노조 동의를 받지 않은 사측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지난해 정부 지침에 따라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다른 공공·금융기관 수십곳의 본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를 원점 재검토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18일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는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노동자 과반수 동의 없이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며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월 성과연봉제 도입 지침을 하달하자 공사는 그 해 5월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을 기존 1~3급에서 5급까지 확대하는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공사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직원 500여명 중 350여명이 가입한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이익하게 바꿀 경우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반발해 지난해 11월 취업규칙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취업규칙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가처분 담당 재판부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 아니다”라며 소송을 기각했지만, 이날 본안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기재부가 준 인센티브는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독려하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하며, 노동자들이 받게 될 지속적인 불이익에 비해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성과연봉제 확대로 일부 노동자들이 입게 되는 임금, 퇴직금 등의 불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노조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공공·금융기관 노조들이 본안과 함께 낸 가처분 소송은 성과연봉제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며 ‘위법성’을 가리지는 않았다.
이번 판결이 타 공공·금융기관의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가운데 49개 기관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고 이 중 상당수가 본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소송을 담당한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에서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은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불법이라고 확인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당장 전면 폐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