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최순실 게이트 연루된 KT, 스스로 인정한 ‘CEO 리스크’

최순실 게이트 연루된 KT, 스스로 인정한 ‘CEO 리스크’

등록 :2017-05-17 19:54수정 :2017-05-18 10:11

미 증권거래위 제출 보고서 ‘공시’
미르 출연·최씨 측근 채용 등
‘투자위험 요소’ 항목에서 밝혀
최종책임 황창규 회장 거취 주목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됐던 케이티(KT) 황창규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MWC2017)'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농단사태에 연루됐던 케이티(KT) 황창규 회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7(MWC2017)’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황창규 회장. 바르셀로나=사진공동취재단

“(미르·케이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 (최순실씨의 측근인 이동수, 신혜성 등) 특정 인물들의 채용, 최씨와 관계있는 광고회사와 계약 등은 케이티(KT)의 사업, 평판, 주가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케이티가 스스로 밝힌 ‘투자위험 요소’다. 지난달 2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2016년 사업보고서(Form 20-F) 가운데 ‘투자위험 요소’(risk factors) 항목에 나온다. 케이티는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어 매년 사업보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케이티는 보고서 원문과 국문요약본을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도 공시했다.17일 보고서 원문을 보면, 위 문장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결정 판결문에서 드러난 케이티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사실들이 열거된다. 두 재단에 각각 11억원, 7억원을 출연한 사실, 최씨 요청으로 측근인 이동수씨 등을 채용하고 최씨의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8억원어치 일감을 준 사실 등이다. 케이티는 이어 “기소되지는 않았지만 관련된 혐의, 소송, 수사, 법적 절차 등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중략) 이는 우리의 사업, 평판,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투자위험 요소의 하나로 이석채 전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 관련 소송도 포함시켰다. 케이티는 “2014년 4월 서울지검이 이석채 전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중략) 대법원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이 소송의 부정적인 판결은 우리의 평판과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적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사업보고서에 모든 투자위험 요소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도록 한다. 한국 사업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케이티 쪽은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보 제공 차원에서 넣었다”고 말했다.케이티 국정농단 사태 연루의 최종 책임자는 황창규 회장이다. 연루 사실이 드러난 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황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논란이 거셌지만, 황 회장은 지난 3월24일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뒤 황 회장의 거취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새 정부가 강조한 과제 가운데 하나가 ‘적폐 청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티가 국정농단 사태 연루를 투자위험 요소로 적시한 것은 간접적으로 ‘시이오(CEO)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황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는 다른 이유는 남중수 전 사장, 이석채 전 회장 등 전임 수장 2명이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도 안돼 불명예 퇴진을 했던 역사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새 정부 출범 전 연임이 된 상태였다. 2005년 8월 취임한 남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면서, 2009년 1월 취임한 이 전 회장은 2013년 11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뒤 사임했다. 최근 케이티 안팎에서는 황 회장의 후임으로 케이티 전직 임원 등 구체적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황 회장은 스스로 물러나고 전문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사가 뒤를 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티 쪽은 “황 회장은 좋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정상적 절차를 거쳐 연임에 성공했다. 민간기업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it/795175.html#csidxe5650913cc6f77e8e5267e0ae58b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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