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朴대통령, 현대차·KT에 최순실 광고회사 일감 주라고 했다”

“朴대통령, 현대차·KT에 최순실 광고회사 일감 주라고 했다”

입력 : 2016.11.21 03:00

[피의자 朴대통령]

– 검찰 공소장에 ‘최순실 요구→대통령 지시→안종범 행동→기업 후원’
현대차에 정유라 친구 부친의 업체 추천… 최순실은 샤넬백 챙겨
포스코 회장엔 “배드민턴팀 창단하라, 더블루K가 조언해 줄 것”
“대통령이 기업 계약·광고·인사 개입, 최순실이 챙긴 이익 200억”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이 20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법원이 20일 공개한 최순실씨·안종범 전 수석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1월 27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수석을 불러 이렇게 말한 뒤 “현대차에서 KD코퍼레이션의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곧바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고 하니 채택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제품 성능 테스트도 생략하고 3개월 만에 이 업체와 10억5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업체를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은 최순실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친인 이모씨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검찰은 “최씨는 납품 대가로 이씨에게서 1100만원짜리 샤넬백 등 총 5100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5월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 때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올 2월 최순실씨가 실질적으로 소유한 광고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관한 소개 자료를 안 전 수석에게 주며 “현대차 측에 전달하라”고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안 전 수석은 며칠 뒤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면담을 마치고 나오던 정몽구 회장과 동행한 김용환 부회장에게 “이 회사가 현대차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플레이그라운드 자료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는 것이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올 4~5월 현대차에서 총 70억원어치 광고를 수주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씨 요청을 받고 안 전 수석 등을 통해 대기업의 광고·계약에서부터 인사(人事)까지 개입했다. 이렇게 해서 최씨가 챙긴 이익이 200억원을 넘는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대통령의 기업 광고 강요, 인사 개입 등 혐의 정리 표

인사 개입의 대표적 사례가 KT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1월 “이동수라는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씨도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황 회장에게 “윗선의 관심 사항”이라며 인사 청탁을 했고, KT는 그해 두 사람을 전무와 상무보로 채용했다.

올해 2월 대통령은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KT는 플레이그라운드를 협력사로 삼기 위해 선정 기준까지 바꾼 뒤 올 3~8월 광고 68억원어치를 몰아줬다.

박 대통령은 포스코에도 최씨 회사에 일감을 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대통령이 올 2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독대(獨對)하는 자리에서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최씨의 스포츠 컨설팅 업체인) 더블루K가 거기에 조언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비용 문제로 난색을 보이자 최씨는 더블루K 직원들에게 “포스코 황모 사장이 우리를 잡상인 취급했다고 안종범 수석을 만나서 전하라”고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결국 포스코는 16억원을 들여 2017년에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하고 관리 용역을 더블루K에 맡겼다.

검찰은 최씨가 실소유주인 모스코스가 작년 2월 포스코 산하 광고사인 포레카의 지분을 강탈하려 했을 때도 박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당시 “포레카가 대기업에 넘어가지 않도록 포스코 회장 등을 통해 매각 절차를 살펴보라”고 지시하자 안 전 수석이 포스코 회장에게 “모스코스가 포레카를 인수하도록 협조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최순실 요구→대통령 지시→기업 후원’이란 행태가 반복적으로 확인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최씨는 올 1월 대통령에게 “문화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하고, 더블루K가 스포츠단 운영을 대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통령은 이로부터 3일 뒤 “GKL에 더블루K라는 회사를 소개해주라”고 안 전 수석에게 지시했으며, 더블루K는 올 5월 3000만원의 계약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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