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 “KT, 무궁화 위성 언제 찾아올 거에요?”

"KT, 무궁화 위성 언제 찾아올 거에요?"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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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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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30  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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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통합브랜드 올레(olleh) 페이스북 페이지에 네티즌들의 싸늘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통신 130주년 기념으로 마련된 콘텐츠에 무궁화 3호 위성 불법매각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번의 변곡점이 있기는 했으나 30일 현재에도 불만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과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부의 페이스북 이벤트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실제로 미래부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서 ‘단말기유통법! 여러분의 의견은?’을 시작하며 댓글을 단 네티즌에게 소소한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으나, 네티즌의 반응은 '야 이 사기꾼 새×들아. 이딴 경품 걸고 이벤트 하면 단통법 칭찬할 줄 알았냐? 단통법은 할부원금 상향평준화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운 좋으면 싸게 살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너도나도 비싸게~ 국민 호갱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글로 요약할 수 있다.

 

   

▲ 미래부 국감. 출처=뉴시스

 

"니들이 팔아먹은 위성 어디있나"
olleh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130년에 달하는 통신 추억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달라는 이벤트를 지난 23일부터 시작했다. olleh가 원한 것은 추억의 삐삐, 냉장고폰 등 말 그대로 흘러간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날카로웠다. 그들은 '인공위성 왜 팔았냐'부터 시작해 '위성판 돈으로 뭐했어요?'나 '인공위성 다시 사주세요'라는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미는 이미지와 함께 댓글을 올린 김모씨의 글이었다. 그는 무궁화 3호 위성 사진과 함께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이라는 글을 올려 엄청난 호응을 끌었다.

결론적으로 olleh는 추억의 통신 상품을 말하고자 했으나, 네티즌들은 KT가 사실상 불법으로 매각하고 나 몰라라 방치하고 있는 무궁화 3호 위성을 '추억의 통신 상품'으로 내세운 셈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출처=페이스북

 

희대의 사기극?
KT는 지난 2011년 홍콩의 ABS에 무궁화 3호 위성을 매각한다. 그런데 가격이 충격적이다. 초기 3019억 원을 들여 만든 국가 전략물자를 헐값인 5억3000만 원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ABS의 주식 대부분은 영국계 투자회사 퍼미라펀드로 넘어갔으며, 연간 수백억원의 중계기 임대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만으로도 희대의 사기극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9월부터 무궁화 3호 위성이 남은 연료수명기간인 향후 10년간 무궁화 위성 5호와 6호의 백업위성으로 활용될 계획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번양보해 효용성 측면에서 가격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진짜문제는 다음이다. 후속조치가 황당하다. 일단 문제가 불거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부랴부랴 청문회까지 열어 KT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허가를 받고 팔아야 하는 위성을 사실상 불법으로, 그것도 헐값으로 매각했으니 재매입을 비롯한 다양한 원상복귀 방안을 찾으라고 채근했다. 지난해에는 무궁화 위성 3호를 홍콩 업체에 불법으로 팔아넘긴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당시 KT의 매각 담당자 김모(58)씨와 권모(56)씨 2명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BS의 주식을 가진 퍼미라펀드가 이후 5년간 750억원의 돈을 벌어들이는 황금알을 쉽게 뱉어낼 이유가 없기 때문에, 매각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ABS사를 인수한 퍼미라펀드가 공개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ABS사의 매출액은 2010년말 4000만유로(약598억원)에서 2011년말 5100만유로(약 763억원)로 1100만유로(약 165억원) 증가했다. ABS-1호와 무궁화 3호 위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매출증가 추이를 보면 무궁화 3호 위성이 엄청난 이문을 챙겨준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부와 KT는 어느새 손을 '슬쩍' 놓아버렸다는 점이다. 동경 116도 대한민국 우주영토 위성궤도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한 상태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위성이 헐값으로 넘어간 사태가 전혀 진전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부각됐다. 꾸준하게 무궁화 3호 위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유승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국감에서 헐값으로 넘어간 무궁화 3호 위성이 엄청난 이문을 안겨주고 있으며,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을 또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사건발생 이후 정부는 KT샛에 행사고발 및 과태료와 행정처분, 무효통보 및 시정명령과 주파수 할당 취소 등 총 4건의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전혀 없었으며, 미래부가 사실상 재매입협상을 사업자에게만 맡겨 놓은 채 방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궁화 3호 위성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뒤늦게 요란한 후속조치를 천명했던 미래부가 지금은 침묵모드라는 점을 비꼰 셈이다. 또 주파수를 이용하는 국내 위성 및 서비스는 없어 명목상 취소에 불과하다는 등을 이유로 정부의 제재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 유승희 의원. 출처=뉴시스

 

묘하게 너무 조용하다
무궁화 3호 위성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국가전략물자다. 그런데 이를 정부와 상의없이 외국기업에 헐값으로 매각하고 이를 정부가 방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ABS가 무궁화 3호를 사들인 이후 원래 궤도인 동경 116도에서 0.1도 떨어진 116.1도로 옮긴 대목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로부터 할당받은 동경 116도 궤도 점유권 유지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헐값으로 매각한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olleh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읽힌 네티즌의 마음은 이러한 실망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130년 통신역사를 말하며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를 대표한다는 KT가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진지하게 판단해야할 순간이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김씨의 '니들이 팔아먹은 인공위성' 콘텐츠가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인지, 숨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여전히 다른 콘텐츠에 비슷한 댓글을 달며 KT를 비판하고 있다. 당분간 olleh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인공위성 왜 팔았어요"라는 글을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KT가 국민의 재산인 주파수를 임대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130년 통신역사를 대표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국정철학인 창조경제가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는 상황에서, KT와 미래부의 행보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더 나아가 황창규 리더십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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