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해외 사례로 본 '제4이통' 정책의 명암]'통신비 인하' 효과 vS 시장기반 와해]
정부가 제4이동통신사 선정 의지를 어느 때 보다 강하게 드러냈다. 신규 사업자를 시장에 진입시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로 고착화된 경쟁 구도를 허물고 자발적인 요금 및 투자 경쟁을 촉진시키겠다는 취지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의무제공 사업자 로밍 의무화, 상호접속료 차등적용 등 지원책을 명확히 사전 공지했다. 신규 사업자를 위한 신규 주파수(2.6GHz)도 추가 투입한다.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제4이동통신사가 선정되면 정부의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통신 업계에서는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하면 치열한 경쟁 속에 요금은 당장 내려갈 수 있지만, 수익성 악화로 인해 국내 통신 산업의 기반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프랑스와 일본 등 제4이동통신사 추가 선정 정책을 시행했던 프랑스와 일본의 사례에서도 현지 정부가 기대했던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 인하와 투자촉진이라는 목적을 실현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제4 이통사 등장에 통신비는 줄었지만...프랑스는 지난 2009년 오렌지, SFR, 부이그 등 3사 구도였던 이동통신 시장에 제4이동통신사' 진입 정책을 추진했다. 3사 경쟁체제가 굳어져 성장이 멈추고 투자도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결과, 2012년 '프리모바일'이라는 신규 이통사가 출범했다. 프리모바일의 등장은 가계통신비 인하에 큰 도움이 됐다. 프리모바일 등장 이전인 2009년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은 33.1유로(약 3만9820원)였으나, 지난해는 22.6유로(2만7230원)로 30% 이상 감소했다.
반대로 이는 통신업계 전반의 수익 악화로 이어졌고, 통신 업계 내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2위 이동통신사였던 SRF는 지난해 케이블TV 업체인 뉴메리커러블에 매각됐다. 3위 사업자인 부이그 역시 SRF와 합병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 직원 15%를 구조조정했다. 현재도 새로운 합병 대상을 물색 중이다.
이동통신사의 전체 매출 규모는 2011년 224억 유로(27조원)에서 작년 176억 유로(21조2100억원)로 줄었다.
↑ /디자이너=김지영
이통사의 매출 감소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고, 차세대 망 고도화 지연 등의 문제를 일으켰다. 4세대(4G) LTE 망 구축이 매우 더딘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내 최대 커버리지를 확보한 부이그조차 전 국토의 22%에서만 4G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제4이동통신 등장으로 프랑스 정부는 요금인하라는 정책 목적은 달성했지만, 차세대 망 투자가 지연되고, 통신 서비스 질 문제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일본은 다시 이동통신 3사 체제로일본에서도 같은 취지로 2005년 NTT도코모, KDDI, 보다폰 등 기존 이통 3사 외에 Y!모바일, 소프트뱅크, IP-모바일 등 3개 신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중 Y!모바일만 시장에 진입했었다.
↑ /디자이너=김지영
소프트뱅크는 보다폰을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해 신규 면허를 반납했다. IP-모바일은 재정상태 악화로 파산해 시장 진입이 좌절됐다. 2007년 사업을 시작한 Y!모바일의 경우, 지난해 3월까지 446만명의 가입자(시장점유율 2.8%)를 확보하는 데 그쳐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결국 Y!모바일은 지난 4월 소프트뱅크에 매각돼, 일본 통신시장은 다시 3사 체제로 돌아갔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킨 주역은 제4 이통사가 아닌 소프트뱅크였다. 소프트뱅크는 아이폰을 도입하며 일본 이동통신 시장에 대변혁을 일으켰고, 2007년 15.9%에 머물렀던 시장점유율도 2014년에는 22.9%로 끌어올렸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자를 진입시킨다면 요금경쟁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겠지만, 전체 통신시장 포화도와 서비스 품질에 미칠 영향 등을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며 "요금만 인하되면 된다는 식의 흑묘백묘식 정책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게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광 기자 hollim3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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