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0년 5월2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민주노동당에 가입, 후원한 교사 183명을 파면·해임한 교육부의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09~2011년 사회현안 전방위 개입
노동·시민단체 ‘종북좌파 세력’ 간주
촛불시위 뒤 전교조에 공세 강화
노동·시민단체 ‘종북좌파 세력’ 간주
촛불시위 뒤 전교조에 공세 강화
<한겨레>가 26일 입수한 국가정보원(당시 원세훈 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문서를 보면, 국정원이 2009~2011년 초 각종 사회 현안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다. 특히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 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었는데, 국정원이 이들 단체를 척결해야 할 ‘종북 좌파 세력’으로 간주하고 영향력을 축소하려 했던 시도가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기조는 박근혜 정부로 이어져, 고용노동부는 2013년 전교조에 법외노조화를 통보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및 촛불시위 진압, 4대강 공사 강행 등을 비판한 2009년 6월 ‘교사 시국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전교조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2009년 10월 검찰이 전교조 간부 8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2010년 1월엔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공무원노조) 조합원의 민주노동당 당비 납부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같은 해 5월 교사와 공무원 273명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법원은 2011년 1월 정당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벌금 30만~5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에 드러난 ‘원장님 말씀’은 2011년 2월18일 발언으로 유죄 선고 20여일 이후 국정원장이 앞장서 교사 징계와 전교조 불법화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 추진은 이명박 정부 때 시작돼 박근혜 정부에서 구체화됐다. 2010년 3월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전교조는 같은 해 6월 노조규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2012년 1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10월 고용부는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최종 통보했다.
원 전 원장은 또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발언 시점인 2011년으로부터 2년 전인 2009년은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밀어붙이며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던 때다.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을 위해 공공기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2011년 7월 이후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자 민주노총 계열 노조에 대한 탄압은 이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발레오만도, 컨티넨탈, 유성기업 등 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계열의 기업에서 기업노조 설립, 파업 유도, 공격적 직장폐쇄 등의 노조파괴 수단이 동원된 사실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불법적인 개입 등을 통해 확인됐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당시 정부가 경제위기 타개 방안이라며 그림을 그려주고 기업 쪽이 따라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서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국정개입에는 ‘성역’이 없었다. 원 전 원장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서도 “확실하게 잘 정리해 가지고 망국적인 포퓰리즘은 확실히 우리가 없애 나가야 된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대학가에 우리 조직도 계속 만들고 있고 그러는데”라며 국정원이 대학 내에 별도의 학생조직을 만들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4대강) 아라뱃길로 천안함을 이촌동 쪽에다 갖다 놓으면”이라고 말하는 등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이 각종 국정 현안에 직간접으로 관여했음을 드러낸다.
전정윤 전종휘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