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뉴스] 청산절차 밟은 KT 청주상조회, 사기 의혹도

청산절차 밟은 KT 청주상조회, 사기 의혹도
조합원 A씨 “청화신협인 척 예금자보호법 운운…5000만원 날릴 판” 주장
횡령금액 7억원, 피해규모 ‘수십 억원’ 說만 무성…대책없이 돌연 문 닫아
2015년 02월 24일 (화) 20:45:03오옥균 기자 oog99@cbinews.co.kr

KT 청주지사 직원들이 운영하는 청주상조회가 급작스레 예금지급정지를 단행하고 청산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일부 조합원들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5000만원까지 보장된다는 설명을 듣고 돈을 맡겼다고 주장해 청주상조회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더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예탁된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나 자칫 대형 금융사고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kt충북본부 내 위치한 청주상조회 사무실. 여직원이 수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신협인 줄 알고 맡겼더니”


KT 청주시사에 근무하다 퇴직한 A씨는 이달 초 1년 정기예탁으로 맡겨놓은 돈을 찾으러 갔다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여직원이 수억원대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포착돼 출금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A씨가 황당해했던 것은  따로 있다. A씨는 “내가 거래하고 있는 곳은 청화신협인데 이제 와서 상조회라며 계모임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다. 내가 맡긴 돈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상조회 여직원 김 모씨는 A씨에게 정기예탁금을 설명하며 금융권에서 이야기하는 예금자보호법을 거론했다.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으니 여윳돈이 있으면 금리가 높은 이 곳으로 갈아타라는 제안이었다. 같은 달 A씨는 1년 정기예탁으로 5000만원을 맡겼다.

왜 A씨는 상조회를 신협으로 오인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KT충북본부 측은 ‘KT상조회’란 표현은 오기라고 설명했다. 상조회는 청주지사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자체로 관리·운영하는 별도의 조직으로 청주상조회가 바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충북본부 8층에 위치한 상조회 사무실 입구에는 ‘청화상조회’라는 명판이 붙어 있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청주상조회라는 이름으로 공고문을 붙이기도 했지만 그동안 청화상조회란 이름을 사용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청화’라는 이름은 청주전화국의 줄임말이다. 청주전화국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꽤 오래 전 일이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청화신협은 1972년 12월 31일 서비스를 개시했고, 35년간 운영되다 2008년 3월 26일 청산을 완료했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자산이 감소하면서 전산이용료나 회비 등의 비용을 납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청산절차를 밟은 것으로 안다. 청주지사 직원만을 조합원으로 했다는 점에서 KT직원 감소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400여명이었던 청주지사 근무인원이 현재는 200명 미만으로 감소했다.

현재 청주상조회 조합원은 27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가 퇴직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35년간 신협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퇴직자들은 신협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A씨의 주장대로 여직원 등 상조회 운영진이 신협을 가장해 예금을 유치했다면 명백한 사기행위다. A씨를 비롯한 조합원 20여명은 지난 21일 모여 비대위를 조직하고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창환 씨를 위원장으로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지급 정지에 속 타는 조합원


 지난 12일 이사장 차 모씨는 사무실 벽면에 A4용지에 인쇄된 간단한 공고문을 붙였다. 공고문의 내용은 “본 청주 상조회는 금일자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청산 절차를 위한 업무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조합원들이 맡긴 돈을 찾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상조회 운영진은 유일한 상근직원인 김 모씨가 공금을 횡령했으며, 정확한 횡령액과 방법 등을 알아볼 예정이라는 비공식적인 답변 이외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오랜 부실이 결국 터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차 이사장은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직원의 횡령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하며 “설 연휴가 끝나면 외부 회계감사를 통해 정확한 횡령금액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이사장은 또 “장부상으로는 오차가 없다. 정상적이다. 하지만 여직원의 횡령사실을 인지한 만큼 외부 감사를 통해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 이사장은 어떤 정황으로 여직원의 횡령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인지, 횡령액수가 얼마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씨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고 있고, 외부 감사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직원에 대한 형사고발 등 사법처리는 미뤄둔 채 자체적인 감사를 진행한다면서 조합원에게는 여직원의 횡령을 기정사실화한 점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이사장이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사이 여직원의 횡령금액이 7억원선이라는 출처불명의 설만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별 볼일 없는 상조회 왜 유지했나?


여직원의 횡령 소식을 듣고 대책반을 꾸리기 위해 모인 조합원들은 현 운영진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KT에 근무하고 있는 차 이사장은 상조회에 상주하지 않고, 여직원 김 모씨만이 상조회 상근 직원이다. 내부적으로 해마다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하지만 여직원의 횡령금액 규모가 소규모 상조회에서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일회성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수년간 지속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청화신협은 2008년 3월 26일 청산절차를 완료했다. 재산분배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협중앙회 관계자는 “재산정리가 안되면 청산절차를 밟지 못한다. 한마디로 신협의 자산이 0원이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상조회 자산은 청산 이후 새롭게 들어온 돈이다. A씨의 경우 시중 예금금리가 2.8%이던 지난해 3.2%의 이자를 준다고 해서 상조회에 정기예탁을 했다. 1500만원을 예탁했다는 B씨는 “21일 모인 조합원들 가운데는 2억원 이상을 예금한 사람도 있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만 따져도 20억원 이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조합원이 270여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조회의 자산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든 돈이 최근 7년 새 유치된 것이다.

하지만 이전 신협과 달리 금융기관이 아닌 상조회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많지 않다. 조합원들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유지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예금유치에 나섰다는 점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줄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부실이 이어져 왔을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피해규모다. 당장 돈이 필요해도 찾을 수가 없다. 금융기관이 아니다보니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상조회 운영진은 청산절차를 밟겠다는 통보 외에는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전화인터뷰에 응했던 차 이사장은 이후 연락이 끊긴 상태다.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김 모씨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주변과도 연락을 끊은 채 칩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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