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인사논란 끝은?④〉˝1년 9개월 만에 4곳 전보, 불안하다˝…˝아프다 말하면 구조조정 0순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1년 9개월 동안 4군데를 돌아다녔어요. 일 할만하면 딴데로 가라 그러고, 사람 사귈만 하면 발령을 내고 그러는데 불안해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이남규 씨는 "불안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그의 인사정보 '발령이력' 란은 '전보'발령으로 가득하다. 최근 4년간의 발령이력만 보더라도 △2010년 1월~7월 신촌지사(6개월), △2010년 7월~2012년9월 가좌지사(2년), △2012년 9월~2013년 3월 서대문지사(6개월), △2013년 3월~10월 노원지사(7개월), △2013년 11월~2014년 5월 파주지사(6개월), △2014년 5월~12월 업무지원단(CFT) 경기지원(6개월) △2014년12월~ 고양지사(3개월째) 등 6~7개월 짜리 단기간 근무가 수두룩하다.
▲ 이남규 씨는 지난 1년 9개월 동안 4번이나 전보됐다. 한 근무지에서 6개월을 넘기지 못한 셈이다. ⓒKT노동인권센터 |
이 씨는 "내가 KT 민주동지회 활동을 끊임없이 하니까 한 곳에 두지 않고 계속 돌리고 있다"며 "그 마저도 10~15명 있는 소규모 지사 위주로 배치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장돌뱅이처럼 이곳 저곳을 돌기 시작한 계기를 들려줬다. "신촌지사에서 선로 관리를 맡았던 당시 책상에 앉아 있는데 팀장이 뒤로 지나가면서 영업직으로 가야된다고 흘리더라"며 "형식이나 절차를 밟지도 않았고 하다못해 이메일 한 통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팀장이 요즘 그런게 어디있냐며 가라면 가는거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라며 분개했다.
이 씨는 인사가 부당하다며 끝까지 버텼다. KT는 그가 일을 할 수 없도록 자동차를 회수하고, 업무촉구서를 보낸 뒤 업무지시불이행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그는 "사측도 팀장이 한 행동에 대해 잘 안다. 날 날려버리기 위해 명분을 만들려고 그런 식으로 인사조치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던 중 2011년 그는 폐와 심장사이에서 암을 발견했다. 가좌지사에서 2년간 머무른 것도 암 투병 때문이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도 그는 오히려 더 넓은 대외활동을 벌였다. 수술하기 전보다 몸무게가 10㎏이 빠지고 이명현상이 나타나는데도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남규씨는 "나이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무너지는건가 싶어서 독을 품고 조직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측은 그에게 다시 장돌뱅이 발령과 영업직 전환을 지시했다.
KT는 지난 2013년 조직을 개편하면서 직위·직급을 통폐합해 전문직을 없앴고 '멀티플레이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을 어느곳이든 발령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씨는 "현장직에 있던 사람들이 영업직으로 가게 되면 기반이 없고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이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역시 현장직만 20년을 해온터라 영업직 전환 후 평점은 최하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씨는 1년 만에 CFT 부서 신설과 함께 발령이 내려졌다. CFT 부서는 대부분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들로 구성됐다.
그는 CFT 부서에 대해 "합리화된 조직이라면 전봇대 돌아다니면서 사진 두세장 찍어오는 일이나 시키겠느냐?"고 반문했다.
▲ KT는 이남규 씨의 암 투병 사실을 알고 그를 CFT부서에서 영업직으로 발령했다 ⓒ뉴시스 |
CFT 발령 이후 이씨가 매일 남긴 메모에는 대부분 "일이 없다", "어제와 같은 날이다" 등 주어진 업무 없이 하루를 보낸 흔적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도 불과 6개월만에 막을 내렸다.
이 씨의 암 투병 병력을 발견한 사측이 그를 영업직으로 보낸 것.
이 씨는 "영업직은 상품을 팔아야 하는 압박감이 있는데도 사측이 '배려'라는 명분을 앞세워 CFT내 암 환자 몇명만 추려내 일선으로 빼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암 센터에 검진을 받으러 간다. 5년 이상 검사를 받아 암이 발견되지 않아야 완치 판정이 내려진다.
그는 "역으로 생각하면 아파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보여줘 협박용으로 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추측했다.
요즘 KT 직원들은 회사에서 아프다는 말을 안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게 되면 아픈 사람이 0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얘기도 않고 혼자서 끙끙 앓기만 한다.
이 씨는 "황창규 KT회장이 삼성전자 있을 때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백혈병으로 사망한 직원들이 많았다"며 "그 때처럼 되면 안되니까 아픈 사람 먼저 밀어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물에 떠있는 오리'에 비유했다. 평온하게 떠 있는 몸뚱아리 밑에서 쉴새없이 자맥질하는 발이 꼭 자신 같다는 것이다.
이 씨는 "모진 핍박에 아우성 치는데도 외부에 전혀 노출이 안돼 사측이 쳐다만 보면서 자꾸 덮어버린다"며 "이러한 문제들이 표출돼야 하는데 언론이 자꾸 미루니까 힘들다"고 전했다.
박시형 기자 sisaon@sis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