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KT 노-사 유착 논란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1690회 | 작성: 2015년 2월 27일 1:13 오후KT 노-사 유착 논란 |
“勞, 시혜 받고 使 구조조정 동의” (KT 일부 직원들) “사실무근…문제 될 일 없다” (KT·노조)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
● 사측의 노조위원장 선거 개입 의혹 제기 ● “사측이 수십억 지원한 노조 소유 상조회사 경영 불투명” ●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복지 축소 동의” ● KT·노조 “使 선거 개입 불가능” “상조회사 공시 누락은 실수” |
KT(회장 황창규)와 이 회사 노동조합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연결고리로 유착됐다는 논란이 빚어졌다. 의혹의 핵심은 ‘노조는 일반 직원에게 민감한 사안인 대규모 구조조정·복지 축소에 쉽게 동의해주고, 사측은 이런 노조 집행부 측에 ‘위원장 선거 개입’과 같은 시혜를 제공한다’는 것. 사측이 수십억 원을 지원한 노조 소유 상조회사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경영’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KT 사측과 노조는 “사실무근이다. 문제 될 일이 없다”고 반박한다. KT는 수많은 사람에게 유·무선통신망을 서비스한다. 스마트폰, 초고속인터넷, IP TV를 통해 ‘올레 KT’ 브랜드는 시민의 삶에 일상적으로 노출된다. ‘국민기업’ 성격의 회사에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는 것은 국민적 관심사로 공적 취재 영역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과 반박하는 쪽의 주장을 면밀히 살펴봤다.
위원장 사인만으로 합의
정윤모 위원장 체제의 KT 노조는 지난해 4월 8일 사측의 Mass 영업, 개통A/S, Plaza 분야 업무 폐쇄에 동의했다. 이어 해당 분야 잔류 직원들의 직무전환 교육 후 접점지역 재배치에도 동의했다. 노조는 이어 4월 30일 근속 15년 이상 직원 특별명예퇴직에도 사측과 합의했다. 이들 합의에 따라 직원 8304명이 퇴직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 측 A씨는 “경영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겼다. 사측이 수월하게 직원들을 내보낼 수 있게 노조가 적극 협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4월 8일 사측이 직원의 대학생 및 중·고교생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하는 데에도 동의했다. 이후 고교생 자녀 학자금만 연 320만 원 이내에서 지원되도록 했다. 이전까지 대학생 자녀 등록금의 경우 KT 직원은 75%까지, KTF 출신 직원은 50%까지 지원됐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KT 직원 B씨는 “대학생 자녀 학자금 지원제 폐지는 직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원성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노사 합의 내용은 직원들의 신분이나 복지에 큰 영향을 주는 민감한 사안. 그러나 조합원 찬반투표 없이 위원장의 사인만으로 노사 합의가 이뤄졌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또 다른 KT 직원 C씨는 “직원들은 의사를 개진할 기회도 없이 사측과 정 위원장 측이 합의한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정 위원장 체제의 노조는 직원의 신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직권면직, 비연고지전략재배치, 고가연봉제, 임금피크제(2015년 1월 1일 도입)에 합의한 바 있다. C씨는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회사의 구조조정이나 경비절감 자체를 비판하진 않는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노조가 사측을 밀어주는 대신 사측이 노조위원장 연임을 돕는다는 뒷거래 논란이 나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9일 실시된 노조위원장 선거엔 정윤모 후보(기호 1번)와 사측에 비판적인 박철우 후보(기호 2번)가 출마했다. 개표 결과 71% 득표율의 정 후보가 박 후보를 누르고 3년 임기의 위원장에 재선됐다. 그런데 박 후보 측은 기자에게 “사측이 정 위원장에게 표를 찍도록 직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 측 D씨는 “사측은 기호 2번 후보 측이 후보추천 서명 받는 것을 방해했다. 각 KT 사옥에 선거운동원 한 명만 들어가 한 시간 동안만 추천 서명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로 인해 박 후보와 함께 출마를 결의한 기호 2번 지방본부위원장 후보 10명 중 5명이 추천인 수를 못 채워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이 1번 후보 측에 대해선 수월하게 추천 서명을 받도록 했다는 것이다. D씨의 말이다.
“인증촬영, 구석 찍기, 줄 투표…”
“일부 부서 관리자는 팀원들에게 선거결과에 따라 팀 전체가 최하 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사실상 1번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팀별로 기표용지의 실인(實印) 방향을 살짝 틀었고 구석 찍기를 하도록 해 각 직원이 누구를 찍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일부 관리자는 팀원들에게 1번을 찍은 기표용지를 휴대전화로 인증 촬영하라고 했다고 한다.
상당수 투표소에서 2번 후보 측은 투표 참관인을 두지 못했다. 2번 후보 투표 참관인이 되면 사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는 데다 사측과 노조 선관위가 투표소를 433개소나 설치했기 때문이다. 투표하는 사람이 20명 미만인 투표소도 많아 비밀투표가 사실상 보장되지 못했다. 2번 후보 측 투표 참관인이 없는 투표소에선 직원들이 팀별로 줄을 서서 투표하면서 앞사람이 어느 후보에 기표했는지를 뒷사람에게 확인시킨 뒤 투표함에 넣도록 했다고 한다. 일부 부서 관리자는, 2번 후보 측 투표 참관인이 집중 배치돼 2번 후보 지지 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투표소의 경우 2번 후보 지지 성향 직원들의 투표 불참을 유도했다고 한다. 실제로 2번 후보 투표 참관인 전원이 배치된 본사지방본부 투표소의 경우 전국 투표 기권 수 889명의 59.1%에 달하는 526명이 투표에 불참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D씨는 ‘직원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인증촬영하다 적발된 사진’을 제시했다. 또한 선거 당시 박 후보 측이 노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낸 ‘회사 측 선거지배개입 강력 대응 촉구’ 문서도 제시했다. 이 문서엔 “기호 1번에 기표했다는 점을 입증할 사진을 찍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북광주지부 직원의 폭로, “팀별로 줄 투표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대구지방본부 직원의 증언, “박 후보 지지 성향 직원들에게 투표 당일 출근하지 말라고 팀장이 지시했고 개인별 면담이 진행됐다”는 전북지방본부 직원의 제보가 담겨 있다.
이어 D씨는 “사측은 2번 후보가 출마할 수 있도록 추천 서명을 해주거나 2번 후보의 투표 참관인으로 나선 직원들을 관리 리스트에 명기한다. 직원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선거 참여가 제약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사측의 M부장이 작성한 ‘CP 관련 직원(1000여 명) 리스트’를 확인해보니 “서부, 이○○, 02지부장 직대, 8대 류방상 후보 참관인”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직원 이모 씨가 사측에 비판적인 후보의 투표 참관인으로 활동한 내역을 직원 관리 리스트에 명기해둔 것이다. D씨는 “근무 평가에 따라 직원은 A플레이어, B플레이어, C플레이어로 등급이 나뉘는데 CP는 낮은 등급인 C플레이어를 의미한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퇴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등급’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과다 배당 논란
D씨는 “2번 후보가 비록 선거에 패했지만, 투표권을 가진 전체 직원의 26%인 4439명의 직원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 2번 후보에게 표를 준 점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직원 4명 중 1명은 사측과 노조의 유착 의혹을 지켜보면서 용기를 내 이에 반발한 것”이라고 했다. KT 새노조 측 A씨는 “노조 간부는 퇴임 후 인사와 관련해 수혜를 받는 것 같다. 직전 노조위원장은 KT 수련원을 관리하는 회사의 회장이 됐고, 다른 일부 전임 노조 간부들은 자회사의 본부장(임원급)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씨는 “지금의 노조는 사측의 포로인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했다. 사측은 노조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정 위원장이 대표인 상조회사 다온플랜에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 이는 노사 합의에 따른 것으로, 이 상조회사 회원으로 가입한 KT 직원이 매달 월급에서 1만2500원을 회비로 내면 사측이 직원당 1만2500원을 상조회사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자산은 현재 100억 원을 넘어섰으며 회원 수는 3만여 명이라고 한다. 전직 KT 직원 E씨는 “노조가 다온플랜을 투명하게 경영하는지 의심스럽다.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함에도 2013년 이전엔 그런 게 없었다. 회계 투명성을 위한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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