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례] 이통사 단말기 ‘분리 공시제 무산’ 비판 활활

이통사 단말기 ‘분리 공시제 무산’ 비판 활활

등록 : 2014.09.25 20:26 수정 : 2014.09.25 21:53

 

“장려금 규모 알게 해서는 안된다” 규개위, 단통법 들어 고시안 제동
이통사·미래부·방통위 부글부글 “법 취지 감안하면 퇴행적 해석”

최대 수혜자는 ‘시장지배’ 삼성 단말기 값 숨긴채 높은 장려금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도입하려던‘분리공시제’를 규제개혁위원회가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하위 고시에서 해당 조항을 삭제해 무산시킨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야당·시민단체는 ‘소비자 편익을 고려하지 않은 삼성전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이통사·미래부·방통위 등도 겉만 태연할 뿐 속은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서둘러 단통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분리공시제란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금과 제조사의 단말기 판매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것이다. 단말기 보조금의 재원 및 경로를 투명하게 하고, 소비자가 단말기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분리요금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꼽혀왔다.
 

야당·시민단체·이통사·미래부·방통위 쪽은 규개위의 결정에 대해 “법 문구를 퇴행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한다. 규개위는“(고시의 분리공시 조항은) 상위 법인 단통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되고, 중요한 사항을 고시에 정하는 것은 규제법정주의에 비추어도 적절하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상위법인 단통법 12조1항의 ‘이동통신사업자가 제출하는 자료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별로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지급한 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게 작성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조문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방통위와 이통사 쪽은 이에 대해 “단통법 제정 취지를 감안하면, 이는 제조사별 판매장려금을 공시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리점이 고객한테 준 단말기 보조금 가운데 제조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까지 공시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한다. 판사 출신의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분리공시제를 담은 고시안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통사와 제조사가 이동통신 대리점에 건네는 돈에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와 ‘단말기 판매 장려금’만 있을 뿐 ‘단말기 보조금’은 없다. 이동통신 유통점들은 좀더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수료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를 떼내어 고객 단말기 값을 부담해주기도 하고 있는데, 이게 단말기 보조금으로 통칭되고 있을 뿐이다. 보조금 가운데 얼마만큼의 재원이 제조사 판매장려금인지를 따로 공시해도 제조사 판매장려금 규모가 온전히 드러나지는 않는데, 규개위가 이를 살피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리공시제에 이통사는 물론이고 대리점과 엘지전자·팬택도 찬성했다. 오로지 삼성전자만“영업기밀이 노출돼 글로벌 사업이 어렵게 된다”는 이유로 끝까지 반대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은 규개위 회의 전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삼성전자가 전방위로 분리공시제 반대 활동을 하고 있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리공시제 무산의 최대 수혜자도 삼성전자다. 실제 단말기 가격을 숨긴 채, 높은 판매장려금을 앞세워 대리점으로 하여금 고객들에게 ‘갤럭시’ 스마트폰을 먼저 권하게 하는 영업을 계속할 수 있는 까닭이다.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이 다음달 1일로 다가와 재심을 청구하기도 어렵다. 이통사들이 분리공시제에 찬성하고 있는만큼 일단은 ‘업계 자율’에 맡기고, 다음 단계로 법 개정을 추진하는 방법 등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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