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린 민영화] ‘철도 부채해소 명분’ 환란 이후 본격 논의… MB정부서 가속도
작성자: 최종관리자 | 조회: 2862회 | 작성: 2013년 12월 19일 12:46 오전[빗장 풀린 공공부문 민영화] ‘철도 부채해소 명분’ 환란 이후 본격 논의… MB정부서 가속도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1) 철도 - 역대 정부 민영화 추진 역사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15일 “민영화 안 한다고 했지 않느냐, 왜 이렇게 대통령과 정부를 믿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그의 말대로 철도 파업 사태의 핵심은 정부 불신이다. 이 불신에는 과거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해온 오랜 역사가 녹아 있다. 2001년 말 정부가 제출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안에는 ‘주식회사 형태의 철도운영회사를 설립한 후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곧바로 민영화 반대 여론에 밀려 민간 매각은 무산됐고, 철도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됐다.
해외 사례를 봐도 철도 민영화의 전제조건은 분할이었다. 철도노조가 정부가 내세우는 “경쟁체제 도입” 명분과 달리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을 단계적 민영화의 재시도로 보는 이유이다. JTBC·현대리서치·트리움 등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의견이 54.1%로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의견(22.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 2001년 철도사업기본법에 단계적 민간 매각 내용 담아
촛불 후에 “민영화 없다” 약속
2009년부터 비공개 연구 용역, 계속 ‘우회로’ 모색… 불신 키워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는 모두 철도 부채 해소를 명분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작성한 ‘철도구조개혁 실행방안’은 여객·화물 운송과 차량 정비는 민간 회사가 맡고, 철도 건설과 유지보수는 철도시설공단이 맡도록 했다. 단, 초기에는 정부가 철도운영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한 공사 형태로 시작해 점차 지분을 민간에 넘긴다는 방안이었다.
이를 토대로 김대중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했으나 2002년 2월 철도노조의 파업과 거센 사회적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초기 민영화를 추진하자 철도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맞섰다. 결국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2003년 4월20일 정부와 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안을 철회하고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합의에 이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강행하지는 않아 갈등의 ‘태동·잠복기’로 볼 수 있다.
민간 매각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법안은 2004년 통과됐고, 이 법에 따라 2005년 철도청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쪼개졌다. 이른바 철도 ‘상·하 분리’는 민영화의 불씨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15일 “민영화 안 한다고 했지 않느냐, 왜 이렇게 대통령과 정부를 믿지 않느냐”고 답답해했다. 그의 말대로 철도 파업 사태의 핵심은 정부 불신이다. 이 불신에는 과거 정부가 철도 민영화를 추진해온 오랜 역사가 녹아 있다. 2001년 말 정부가 제출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안에는 ‘주식회사 형태의 철도운영회사를 설립한 후 단계적으로 민간에 매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곧바로 민영화 반대 여론에 밀려 민간 매각은 무산됐고, 철도청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철도시설공단으로 분리됐다.
해외 사례를 봐도 철도 민영화의 전제조건은 분할이었다. 철도노조가 정부가 내세우는 “경쟁체제 도입” 명분과 달리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을 단계적 민영화의 재시도로 보는 이유이다. JTBC·현대리서치·트리움 등이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영화로 가는 수순’이라는 의견이 54.1%로 ‘민영화와 무관하다’는 의견(22.9%)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지방에서 상경한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각계 원로와 대학생 등 2만여명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역 광장을 가득 메운 채 ‘총파업 승리 위한 전국 철도노동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 2001년 철도사업기본법에 단계적 민간 매각 내용 담아
촛불 후에 “민영화 없다” 약속
2009년부터 비공개 연구 용역, 계속 ‘우회로’ 모색… 불신 키워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는 모두 철도 부채 해소를 명분으로 민영화를 추진했다. 특히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됐다. 2000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작성한 ‘철도구조개혁 실행방안’은 여객·화물 운송과 차량 정비는 민간 회사가 맡고, 철도 건설과 유지보수는 철도시설공단이 맡도록 했다. 단, 초기에는 정부가 철도운영회사의 주식을 100% 소유한 공사 형태로 시작해 점차 지분을 민간에 넘긴다는 방안이었다.
이를 토대로 김대중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추진했으나 2002년 2월 철도노조의 파업과 거센 사회적 반대에 부딪혀 좌초됐다. 노무현 정부도 출범 초기 민영화를 추진하자 철도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맞섰다. 결국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2003년 4월20일 정부와 노조는 “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안을 철회하고 철도노조 등 이해 당사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합의에 이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일방적으로 민영화를 강행하지는 않아 갈등의 ‘태동·잠복기’로 볼 수 있다.
민간 매각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철도 시설과 운영을 분리하는 법안은 2004년 통과됐고, 이 법에 따라 2005년 철도청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으로 쪼개졌다. 이른바 철도 ‘상·하 분리’는 민영화의 불씨를 이어가는 역할을 한다.
이명박 정부에선 철도 민영화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건설교통부는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철도 여객과 화물 사업을 분리하고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시설공단에 통합하는 등 구조개편안을 제시했다. 당시 철도노조는 “김대중 정부 때 폐기됐던 철도 분할 민영화의 망령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촛불 정국을 맞으면서 공공 부문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물밑에서 수서발 KTX 노선을 민영화 대상으로 삼아 2009년부터 비공개로 민간 운영 방안을 연구해왔으며, 2011년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표면화시켰다. 국토부는 ‘재벌 특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중견·중소기업, 공기업, 일반 국민 공모까지 포함하는 등 민영화를 관철하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대선 정국에서 노조와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원치 않는 방식의 철도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코레일과 공공 자금만 받아들이겠다는 현재의 방안이다. 과거 정부에서 민영화라는 정착지를 향해 끊임없이 우회로를 찾아왔던 전력에 비춰 이번에도 종착역은 민영화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말하는 경쟁 효과가 없기 때문에 남는 것은 민영화밖에 없고, 경쟁 효과는 코레일부터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코레일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제2공사 등 설립 시 중복 투자에 따른 국가재정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예·발매 시스템, 사옥 임차, 추가 인력, 금융 비용 등 설립비가 3000억~4000억원에 이르고, 협소한 국내 철도시장을 분할하면 인력과 자원이 중복돼 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적시했다. 실제로 한국의 철도 거리는 3584㎞로 영국(1만6321㎞), 프랑스(2만9903㎞), 독일(3만3714㎞)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코레일은 “기존 KTX 수요 이탈에 따른 수익 감소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코레일에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면서 “수서발 KTX는 기존 서울·용산발 노선과 주된 고객이 달라 경쟁 효과는 없고, 상호 수요·간섭 없는 지역별 독점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철도는 선로·운전·관제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네트워크 산업으로 각각 주체가 다를 경우 안전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코레일 스스로 중복 투자·효율성 저하·안전 문제를 앞세워 반대했던 ‘KTX 분할’ 논리를 다시 뒤집은 발원점은 정부가 지목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가 들고 나온 것이 코레일과 공공 자금만 받아들이겠다는 현재의 방안이다. 과거 정부에서 민영화라는 정착지를 향해 끊임없이 우회로를 찾아왔던 전력에 비춰 이번에도 종착역은 민영화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말하는 경쟁 효과가 없기 때문에 남는 것은 민영화밖에 없고, 경쟁 효과는 코레일부터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코레일이 작성한 자료를 보면 “제2공사 등 설립 시 중복 투자에 따른 국가재정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예·발매 시스템, 사옥 임차, 추가 인력, 금융 비용 등 설립비가 3000억~4000억원에 이르고, 협소한 국내 철도시장을 분할하면 인력과 자원이 중복돼 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적시했다. 실제로 한국의 철도 거리는 3584㎞로 영국(1만6321㎞), 프랑스(2만9903㎞), 독일(3만3714㎞)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코레일은 “기존 KTX 수요 이탈에 따른 수익 감소로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코레일에 경영 부담을 가중시킨다”면서 “수서발 KTX는 기존 서울·용산발 노선과 주된 고객이 달라 경쟁 효과는 없고, 상호 수요·간섭 없는 지역별 독점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전성 면에서도 “철도는 선로·운전·관제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네트워크 산업으로 각각 주체가 다를 경우 안전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코레일 스스로 중복 투자·효율성 저하·안전 문제를 앞세워 반대했던 ‘KTX 분할’ 논리를 다시 뒤집은 발원점은 정부가 지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