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석채 회장, 중도퇴진론에 휩싸인 이유? [ 2013.03.04 ]

【중소기업신문=박홍준 기자】 KT 이석채 회장의 ‘화려한 봄날’은 끝나는가. MB정권의  대표적인 낙하산인사중의 하나인 KT 이석채 회장은 이제 물러나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MB정권이 끝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독선과 전횡이 KT를 ‘엉망진창’으로 만든데서 퇴진론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왜 2기 임기 중에  퇴진론이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이 회장의 경영능력이 의심받고 있다.  KT민주동지회는 그를 불법?부실경영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회장은 최근 배임과 비리혐의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리더쉽이 크게 훼손돼  KT를 이끌어가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 회장의 리더쉽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배임에 따른 개인비리혐의이다.

잇따르는  비리의혹에 참여연대 검찰고발

지난 27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회장을 200억원대 업무상 배임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관한 법률상 업무상 배임)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최근 확보한 KT 내부 기밀 문건을 토대로 지하철 IT 시스템 구축사업과 KT OIC사업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참여연대의 고발장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010년 지하철 5~8호선의 역사와 전동차에 첨단 IT시스템을 구축하고 광고권을 임대하는 2140억원대 규모의 스마트몰(SMRT Mall) 사업을 추진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업의 매출전망이 불투명한데도 사업이 추진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스마트몰 사업이 시행 전부터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의 지시로 사업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사실일 경우 이 회장은 ‘적자 투자’를 한 셈으로 배임 의혹이 일게된다.

2010년 3월 당시 KT는 이 사업에서 올리게 될 예상매출을 10년 동안 6118억 원으로 전망했지만, 이후 이 사업 매출전망을 같은 해 11월 4351억 원, 2011년에는 3930억원으로 두 차례 이상 하향 조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하향 조정의 이유로 광고시장 성장률, 계약내용 변경 등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드러난 관련 문건에 따르면, 조정전 매출전망 기준 4351억 원 중 KT 매출액은 1429억 원이며, 이때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75억 원으로 계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FCF는 세금 등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 흐름으로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익으로 생각하는 개념인데, 이의 수치가 적자로 계산 된 것.

 KT OIC 주식 2배로 사들여 유종하 전장관에 특혜?

친인척 재테크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KT OIC 사업도 도마에 올랐다. 참여연대 측은 “KT가 2009년 12월 이 회장의 친척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대표로 있던 오아이씨랭귀지비주얼(현 KT OIC)에 투자하고, 기존 주가보다 2배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인 뒤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유 전 장관에게 8억원대의 이익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은 KT가 이석채 회장과 8촌 친척관계이자 이명박대통령의 후보시절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MB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이석채 회장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멤버로 활동하다가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여기에 유 전 장관이 지분을 보유중인 사이버MBA 인수과정에 대한 의혹도 일고 있다. 참여연대측은 이 회장이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KT OIC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회사에 77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KT가 인수한 ㈜사이버MBA(현 KT이노에듀)는 2000년 5월 9일 설립됐으며, 유종하 전 장관은 지난 2004년 5월 사이버MBA 회장에 오른 바 있다. 2005년 당시 유종하 전 장관이 보유한 이 회사 주식은 24만 730주(10.03%)였지만, 주식 추가발행과 유 전 장관의 추가 매입으로 2008년 유 전 장관의 보유주식은 27만 9246주가 됐다.

사이버MBA의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사이버MBA는 2009년 5억8781만9582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0년 2억7580만3488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회사를 KT는 2012년 7월 1일 77억7500만 원을 투자해 지분 174만 9000주, 전체 지분 50.5%를 확보했다. 장부가액 기준 주당 4445원이었으며, 그해 9월 3일 KT는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올해 1월기준으로 유종하 전 장관의 지분은 4%대로 알려졌으며, 유 전 장관이 27만 9246주 중 13만주를 KT 매입 가격에 팔았을 경우을 따져보면, 유 전 장관은 5억1285만 원(=130000*(4445-500))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두고 KT가 이석채 회장과 '특별한 관계'인 유종하 전 장관에게 특혜를 안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T가 카지노 슬롯머신 사업에 뛰어든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KT는 강원랜드가 발주한 ‘신규 머신기기 구매’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에 참여했다. KT가 IT기업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통신공기업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KT가 사행성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부적절 하다는 것.

재벌흉내내기, 문어발식 기업확장

그의 경영난맥을 짚어보자.  이 회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통신전문기업인 KT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자산을 팔야 비통신분야에 문어발식확장을 해왔다. 한 동안 KT가 유동성위기에 몰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이석채 회장 경영 3년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한 참석자는  “이석채 회장의 비통신 부분 확장은 사실상 재벌의 계열사 확대와 다름 없다”면서 “이 같은 문어발 경영은 이미 사회적으로 지탄받고 있으며 전문기업으로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며 통신과 관련 없는 투기적인 사업으로 손쉽게 돈을 벌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이 회장이 통신과 무관한 무분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2007년 19개였던 계열사가 2012년 50개로 늘었났으며  이중에는 커피 유통, 렌터카, 부동산, 금융·보험회사 등 비 통신 분야는 물론 광고, 물류, 시스템통합(SI) 등 일감 몰아주기용 업체도 포함돼 있다 고 지적했다.

KT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서울 수도권의 ‘금싸라기 땅’을 팔아 문어발식 확장에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이마저도 모자라 지난해 KT가 발행한 사채 규모가 2조”라고 밝혔다. 이어 “이 때문에 KT 내부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또 다른 실정은 편파인사와 철학 없는 배당정책이 꼽힌다.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이른바 ‘자기사람’이라는 낙하산인사를 주요요직에 앉히는 정실인사는 KT내부의 위화감은 물론 전문성의 후퇴라는 부작용을 몰고왔다. 낙하산 인사인 김은혜 전무를 홍보실장에 기용한 것도 같은 맥락의 인사다. 그러나 김 전무가 홍보업무를 몰라 언론계 일각에서는 ‘KT홍보부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부보다는 '나살자'는 배당정책

이 회장은 국부유출을 염두에 두지 않는 배당정책으로도 비판을 받았다. 재작년에  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51%를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다시 배당금의 57%가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국내 10대 재벌 52개사의 평균 배당성향이 32%(2009년)임을 고려할 때 이 비율은 20% 가까이가 높은 수치인 것이다. 외국인이 의결주식의 50%이상을 가져 사실상 이 회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 회장은 심각한 국부유출보다는 자신의 연임포석아래 이 같은 고배당을 실시했는지도 모른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통신이 되기 전까지 막대한 재정을 들여 투자를 했다”면서 “국민부담으로 투자하고 통신비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 넘기면서 이익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조치”라고 지적했다.

KT민주동지회와 KT노조의 일부 인사들은 작년 6월 1일 KT 창사기념일에 맞춰 이석채 회장 퇴진과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회장과 경영진의 노조탄압등 온갖 악행과 부도덕을 폭로했다. 이들은  사측이 노동자 6천5백9명에게 시간외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등 총 33억 1천만 원을 떼 먹은 것을 노동부가 밝혀냈다고 폭로했다.
 
이 회장은 멀쩡한 직원을 퇴출대상자로 낙인 찍고 온갖 비인간적 모멸감을 안겨주면서 회사에서 내보내는 직원퇴출프로그램인 CP인력퇴출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제주도 7대자연관선정에 대한 국제전화투표가 국내투표였다고 공익제보한 노조위원장을 부당해고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은폐하기 위한 작업에 사용된 대포폰을 서유열 KT홈부문 사장이 직접 개통해준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 이 회장은 경영능력은 물론 비리관련 혐의 등으로 온갖 구설수에 올라있다. 박근혜 정부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과연 그가 2기 임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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