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T의 조직적 부당해고, 분명한 실체 밝혀야 [ 2012.09.12 ]

케이티(KT)가 직원들을 내쫓기 위해 비밀리에 퇴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실체 여부를 놓고 논란이 많았던 ‘부진인력 퇴출 프로그램’(CP)의 존재가 사실상 확인된 셈이다.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케이티의 전 직원 박찬성씨는 국회에서 어제 양심선언을 통해 2005년 자신이 속해 있던 기획조정실에서 인건비를 매출액의 19%대로 유지하는 ‘중장기 인적자원 관리계획’을 세웠다고 폭로했다. 이를 위해 2007년까지 1470명을 퇴출시키고, 퇴출 대상인 명예퇴직 거부자나 디(D) 고과자 등을 부진인력(C-Player)으로 분류해 관리하는 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인재경영실 담당자가 지역본부를 찾아가 퇴출 목표인력을 보여준 뒤 지역본부별로 부진인력을 골라 본사에서 전체를 관리했다고 박씨는 설명했다.

박씨의 증언과 2005년 이후 케이티에서 벌어진 일들은 퇴출 프로그램이 실제로 가동됐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케이티는 2005년에 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 가운데 601명이 현재 퇴직 상태라고 한다. 게다가 이 자료에는 대상자가 진보적 노조운동에 참여한 사실 등이 기록돼 있어 퇴출 프로그램이 사내 비판세력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됐을 소지마저 보여준다.

아울러 의심스러운 것은 2007년 이후에도 직원 퇴출 프로그램이 작동했을 가능성이다. 2008년 12월 이석채 회장 체제가 들어선 뒤 케이티에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돼 2009년 5900여명이 명예퇴직을 했다. 노동자들이 지금도 다양한 퇴출 압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하소연도 잇따른다. 이 회장 부임 뒤 지금까지 케이티에선 14명의 자살자를 포함해 재직 중 사망한 사람이 87명에 이른다고 한다.

현행 정리해고법상 흑자기업은 정리해고가 불가능하다. 케이티는 2009년 1조8200억원, 2010년 2조533억원, 2011년 1조957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런데도 회사 쪽이 퇴출 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다양한 압력을 행사해 그만두게 하고 있다면 불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회사 쪽은 3만5000여명의 직원 규모가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이윤 극대화만을 목표로 삼아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어렵다. 케이티는 퇴출 프로그램의 존재와 가동 여부 등에 대해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 노동부도 다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의 실상을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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