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어떻게 ‘죽음의 기업’이 됐나 [ 2013.04.07 ]

KT 앞에는 ‘죽음의 기업’이 따라붙는다.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 조태욱)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 11월까지 센터가 확인한 사망자는 245명이다. 재직 중에 사망한 노동자는 122명이고, 58세 이하 명예퇴직자 중 명을 달리한 사람은 109명이다. 계열사에서는 14명이 사망했다. KT가 직접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2년 4월까지 재직 중 사망자는 150명으로 인권센터가 파악한 규모보다 크다.

245명 중 뇌출혈, 심장마비 등 돌연사는 70명이다. 18명이 자살했고, 백혈병을 포함해 각종 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는 102명이다. 기타 질병이나 사고사는 55명이다. 이석채 회장이 KT 수장으로 내정된 지난 2008년 12월 10일 이후 사망자는 168명이다. 본사 재직자만 23명이다.

KT는 지난해 6월 ‘죽음의 기업’이란 표현이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죽음의 기업 KT공대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대위에는 민주노총 서울본부, KT새노조 등 6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 손해배상 규모는 3억 원이다. KT는 이 표현을 사용할 때마다 건당 2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청파동 KT민주동지회·해고자협의회 사무실에서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을 만나 ‘2000만 원짜리’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권센터와 KT새노조 등은 이 같은 죽음의 배경에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노조 무력화, 2002년 단행된 민영화, 2006년부터 시작한 CP비밀퇴출프로그램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노조가 무력화되면서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혹여나 문제제기를 하는 노동자가 부실인력으로 지목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조직 내에서 경쟁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은 ‘C Player’, 부진인력이 되지 않기 위해 쪼개졌다.

CP퇴출프로그램은 2005~2006년께 기획됐다. 그리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됐다. KT는 명퇴거부자, 직위미부여자, 해사행위자 등을 부진인력으로 지목하고 적정인력 3만 6600명을 유지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일례로 2005년 4월 KT의 인력관리실 간부가 작성한 ‘부진인력’은 1002명이다.

CP프로그램의 ‘퇴출 및 관리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에 따르면, 인력 퇴출은 ‘실적 및 근무태도에 대한 세부사항 수집→ 단독업무 부여→ (업무 부진시) 업무지시서 발부→ 업무촉구서 발부→ 서면 주의→ 업무지시서 재발부→ 인사상 경고조치→ 징계→(과정 반복 뒤) 파면’으로 이루어진다. 법원은 최근 이 프로그램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로 인한 해고가 불법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조태욱 위원장은 “민영화 이후 KT 노동자들은 노예가 됐다”면서 “KT는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일정부분 부를 나눠줬지만 포섭과 예속은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KT는 십 수 년 동안 노조를 무력화했고, 노동자를 개별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됐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CP퇴출프로그램이 나왔고, 통제받지 않는 사각지대는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KT 노동자의 죽음은 IMF, 민영화 이후 구조조정과 큰 관련이 있다. IMF 이전 KT 노동자는 6만여 명 수준이었다. 이후 10차례 크고 작은 인력구조조정이 있었다. 현재 3만 명 수준이 됐다. 2002년 민영화 이후 KT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2003년 10월 5505명, 2009년 12월 5992명이 정리해고됐다. 국내단일기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구조조정은 노동강도를 높였고, CP프로그램은 노동자를 개개인으로 찢어놨다. 인권센터는 “2009년 12월 말 대규모 특별퇴직 이후 KT 재직 노동자의 사망건수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과도하게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것도 노동자들에겐 변형된 CP퇴출압박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센터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재직 중 사망자는 자살 6명 포함 56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KT노조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1994년부터 3년 동안 소수파가 활동한 뒤 친기업 성향 집행부가 장악했다. KT노조는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2009년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노동자들로서는 마지막 보루가 사라진 셈이다. 이를 두고 조태욱 위원장은 “노동강도는 증가했지만 CP프로그램, 친기업노조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CP프로그램에 대한 불법성이 사회에 알려진 지난해 KT의 정년퇴직자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조태욱 위원장은 “회사로서는 큰 무기를 잃은 것”이라면서 “이제 KT가 구조조정을 반대하거나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집단을 퇴출 대상자로 낙인찍고 퇴출을 시도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KT가 오는 5월 본사 노동자 7000~8000명을 영업조직으로 추가 배치하는 것을 두고 구조조정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를 두고 조태욱 위원장은 “KT의 영업인력은 2만 명 정도로 이미 3분의 2 수준인데 현장에서는 영업인력을 늘리는 것이 대우자동차판매와 같이 아웃소싱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장 가설·AS 업무도 절반 이상을 협력업체가 맡고 있는데 구조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한편 조태욱 위원장은 KT가 죽음의 기업이 된 배경에는 민주노조가 제대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점이 크다고 회고했다. 그는 “조합원 수와 사업장 현황에서 가장 비슷한 철도노조가 민주노조로 살아있는 것을 본다면 민영화 탓만 할 수는 없다”면서 “민주노조 주체의 역량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조가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제 2의 이석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노조를 바꾸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욱 위원장은 이어 이석채 회장 비판에 머무르는 노조와 언론의 오류도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노조가 아무리 이석채 회장을 비판해봤자 KT로 통신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이유로 이미 외국, 금융자본이 차지한 KT의 지분구조를 예로 들었다. 그는 “CEO에 대한 타격은 타격대로 하면서 노조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통신주권은 이미 넘어갔다”면서 “국민들 호주머니를 뒤져 금융자본에 배당금을 바치는 구조가 반(半)영구화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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