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의 심통과 패권주의, 더 이상 안된다_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참여당 문제가 걸림돌이란다. 그건 아니지. 말은 제대로 하자. 참여당에 대한 진보신당의 자세가 정작 걸림돌이지. 아닌가? 자신은 진보대통합의 합의문 통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남은 들어오지도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은 심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보대통합은 진보의 재구성이다. 그건 과거의 기준과 내용을 뛰어넘어 보다 폭넓은 대중적 기초 위에 진보세력의 정치적 구심력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민노당 분당시기에 패권주의를 문제 삼았다. 그런데 지금 진보신당이 그 패권주의 세력이 되고 있다. 패권주의는 남들의 발언권을 정당한 논의과정도 없이 힘으로 막는 자들이다.

진보신당은 “기존의 진보정당끼리 먼저”라면서 기득권을 앞세우고 있다. 이건 진보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개방적 활력을 죽이는 자살골이다. 근본주의적 폐쇄성을 기초로 조직 내부의 패권선점 전술에 지나지 않는 하수다. 결국 그런 정당은 대중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합의문에 동의한 세력은 모두 새로운 진보정당의 구성원이 되도록 만천하에 밝혔는데 자신은 자격요건도 갖추지 않은 채 진보대통합의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건 뭐라고 해야 하나? 언제는 민노당과의 통합은 “도로 민노당”이라며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더니만, 이제는 이것부터 먼저 하자는 것은 무슨 논리의 해괴한 변경인가?

선거에서 자꾸 떨어지는 이유는?

민노당과 진보신당 모두가 다 통합의 구조에 몸을 담근 것은, 각자 독자적 정치집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 한계는 뭐였는가? 진보성의 부족? 천만의 말씀이다. 대중성의 부족 아니었는가? 노회찬, 심상정은 왜 선거에서 자꾸 떨어지는가? 진보성의 부족 때문이었는가? 선거는 별거 아닌가?

민노당이나 진보신당이 진보성에 앞서나 대중성에서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참여당은 진보성에서는 상대적으로 밀릴 수 있으나 대중성에서는 그 지지도가 단연 앞서고 있다. 기존의 진보정당에는 대선주자도 없는 형편이다. 참여당의 유시민 대표에 대한 진보세력 내부의 정치적 불신이 있다고 해도, 그를 지지하는 개혁적 시민이 결코 적지 않다. 이들을 어디로 내팽개치겠다는 것인가?

계산도 못하나?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려 하는가? 선거에서 패배하고 나면 힘든 세월이 기다릴 뿐이다. 민중들이 고생하고 있는 게 안 보이나? 권력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그게 이 시대 진보세력의 책임이다. 지고 나서 딴 소리 하는 것은 허무한 걸 모르나?

만 날 만나는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술 마시고 해봐야 그게 그거다. 새로운 사람들과 힘을 합쳐 폭을 넓히고 위력적인 세력이 될 수 없다면 진보정당의 미래는 암울하다. 재미없고 힘들고 지쳐간다. 이거 다 아는 이야기지 않는가?

단식투쟁하고 삭발하고 3보1배하고 희망버스타고 할 정력이 있다면, 그 다음 수순은 그걸로 선거에 유리한 판을 만들어 권력을 잡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진보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단식투쟁할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 좋은 일 아닌가?

나는 민노당 분당 당시, 민노당에 남은 이들이 대중적 현실을 모르는 근본주의자들이고 진보신당으로 간 사람들은 여유있게 사고하는 이들인 줄로 여겼다. 그래서 하도 답답해서 뛰쳐 나갔는 줄로 알았다. 지금 보니까 그 반대다. 현실에서 장악할 수 있는 것부터 장악하고 그걸 기초로 그 다음 목표를 이루는 것이 정치다. 아니면 혁명을 할 수밖에. 그런데 그럴 역량이 있기는 하나?

마지막 수는…….

더 통이 크려면 민주당과의 통합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 진보세력이 민주당의 지지기반까지 내부에서 장악해 들어갈 자신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진보진영의 틀도 못 짜고 있는데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아직도 절박감이 부족한 모양이다.

지역 현장에서는 내년 선거에 진보대통합이 절실한 과제다. 그러나 중앙에서 이렇게 시간과 기회를 다 말아먹고 있다. 이번 진보 대통합은 시간이 강제적으로 주어진 작업이다. 선거날짜를 뒤로 밀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 대선과 총선을 거꾸로 기점 삼아 진보세력의 정치적 통합력을 구축해야 한다. 가을바람이 불고도 여전히 이 모양이라면 절망이다.

마지막 수는 하나 밖에 없다. 합의문 원칙에 충실하는 것뿐이다. 5.31 합의문은 그 내용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에게 새로운 진보정당 구성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건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합의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정당 구성의 다수 가운데 일원일 뿐이다. 두 당이 새로운 진보정당 구성의 독점권을 가진 것도 아니다.

보다 광활한 대중의 바다로 나가자는데,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게 해주는 것도 선택 가운데 하나다. 싫다고 하는데 자꾸 끌고 가는 것도 피차 민망하고 힘들다.

할 만큼 하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고 가면 된다. 거기에는 전제가 있다. 합의문의 정신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합의문 내용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은 누구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부정하는 세력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닌가?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민중의소리

짝이 영 안 맞으면 각기 새 짝을 찾는 게 맞다. 억지춘향은 비극이다.

당을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참여당 문제를 거론하자? 세상에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이 어디 있는가? 자기 입맛에 맞는 밥상 다 차려놓고 상대가 원하는 건 쏙 빼놓는 식탁이라? 집 다 지어놓고, 이 방 가라, 저 방 가라 하려고? 또는 방이 좁거나 없으니 딴 데 알아보라고 그러려고?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같이 논의해야 마땅하지.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일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진보세력은 대중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이토록 속 끓일 바에야 각자 편한 대로 사는 게 낫다. 그리고 선거에서 대중의 심판을 받는 것도 정당하지 않겠는가? 결국 그건 모두가 다 소수세력으로 소멸해가는 과정이 되겠지만.

진보대통합 지리멸렬 만세! 더 깨지고 더 바닥에 처박히고 더 망하고 더 고생해보면 쬐금은 알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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