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KT 살생부’ 특감 빈수레 – 감사원 감사와 국회진상조사 필요하다

고용부 ‘KT 살생부’ 특감 빈수레

  <한겨례>  등록 : 2012.05.25 08:10 수정 : 2012.05.25 08:10

 

‘퇴출 프로그램’ 폭로자·해고자에 전화 한통 없이…
KT·법원도 ‘명단’ 인정했는데
“프로그램 실체 확인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케이티(KT)에 대해 특별근로감독(특감)을 벌이면서, 특감의 발단이 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핵심 관련자들조차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부실 특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과 올 1~2월 케이티에 대해 특감을 했으나, 퇴출 프로그램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애를 썼지만,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이티는 이미 본사 차원에서 2005년께 업무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만들었다고 특감 과정에서 인정했다. 부진인력 명단에는 해당자 1002명의 개인정보와 함께 케이티 노조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민주동지회’ 소속 여부와 과거 노조활동까지 꼼꼼히 적혀 있다.

핵심은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퇴출 프로그램이 시행됐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다. 강제적인 퇴출이 이뤄졌다면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가능성이 높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케이티 충주지사 음성지점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퇴직한 반기룡씨는 “내가 퇴출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반씨는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실체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반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고용부로부터 단 한 번도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씨는 “2007년부터 1년 넘게 감시를 하고 퇴출시키려고 했던 직원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그 직원은 2009년 퇴직을 했는데, 죄책감으로 나는 지금까지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말했다. 반씨가 공개한 회사 자료에는 ‘충주지사 퇴출 인원 5명, 충북본부 20명, 전사 목표 550명’이라고 적혀 있는 등 케이티 본사 차원에서 퇴출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언급돼 있다.

퇴출 압력을 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다. 114 안내 등 30년 동안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미숙(가명)씨는 2006년 8월 전봇대에 올라가 인터넷·전화 개통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53살의 여성인 김씨는 업무 수행을 못했고, 10차례 경고를 받은 뒤 2010년 1월 해임됐다. 김씨는 “내가 그 퇴출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피해자인데, 어떻게 정부는 실체가 없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특감 기간에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2011년 12월 서울고법에서 부당해고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정년이 지나 업무에는 복귀하지 못했다.

 

케이티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는 법원에서도 인정된 바 있다. 퇴출 프로그램으로 피해를 본 박미영(가명)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청주지방법원은 2011년 6월 “충주지사와 전북, 서울, 경북지사 등에서 명예퇴직을 거부하거나 노조 활동을 한 직원들에 대한 퇴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케이티가 본사 차원에서 조직적·계획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한 것은 아니라도 각 지역본부와 지사 등에서 본사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프로그램이 시행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케이티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반기룡씨나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알린 만큼 얼마든지 조사가 가능했던 사람들인데, 고용부가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를 파악할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반씨 등을 직접 조사하지 않았지만 관련 자료들을 두루 살펴봤다”고 해명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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