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전화투표 과정에서 서버만 해외에 두고 KT 전용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시민사회 단체들이 사실상 국내 전화인데 국제전화 요금을 내고 '사기성' 투표를 한 혐의로 이석채 KT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들은 피해 시민들과 KT를 상대로 집단 민사소송도 준비 중이며,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나섰다.  

공무원들이 투표에 참여해 발생한 행정전화 비용만 200억 원이 넘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참여해 발생한 전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 투표 논란이 KT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손해 배상 등 법적 문제까지 비화되고 있다.

민주노총 등 40개 정당·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 KT·계열사 노동인권 보장과 통신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KT 공대위)는 14일 “(뉴세븐원더스의)제주 7대 경관 선정투표가 국제전화와는 전혀 무관한 KT의 국내전화를 통한 사기극이었음이 마침내 드러났다”며 “이석채 KT 회장을 사기죄 혐의로 15일 서울지방검찰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공대위는 “지난 2월 2일 KT 이사회가 제주도의 행정전화요금에 대해 감면 결정을 내리면서 국제전화 사기의혹을 이사회가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KT 이사회 회의록의 공개와 참석 이사진들의 사퇴도 동시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 제주도 성산일출봉.

 

KT 공대위가 이석채 회장에 사기죄 혐의로 고발하는 것은 국제 전화 투표라고 홍보했지만 투표 결과 전송을 위한 서버만 해외에 뒀을뿐 실제로 모든 통화 처리는 KT 전용망을 이용해 국내에서 완료된 사실상 ‘국내 통화’였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한겨레는 지난 13일자 1면 기사<001로 건 ‘제주 7대경관 투표’, 국제전화 아니었다>에서 “(KT가) 2011년 4월1일 전용서버를 설치해 문자투표 시스템을 추가하고 우리말 안내를 넣으면서 더 이상 국제전화가 아니게 됐다”며 “하지만 국제전화 식별번호 001을 그대로 둔 채 캠페인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박재범 사무국장은 통화에서 “투표에 들어간 제주도의 행정전화 요금이 200억 원이 넘었는데, 국내 전화를 건 국민에게 국제 전화 요금이 부과된 것도 어마어마한 액수일 것”이라며 “개인들이 입은 손해를 파악해 검찰에 물증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KT가 시민들의 투표로 인해 얻은 수익이 상당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KT는 작년 4월1일 전용망을 통한 투표로 전환하면서 요금을 기존의 건당 144원에서 180원으로 올리고 문자메시지 요금도 국제문자 메시지의 100원보다 비싼 150원을 적용했다. 지난달 29일 KBS <추적60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화투표로 인한 수입 중 10~15%가 통신사에 배분되고 있어 한겨레는 “(KT의) 전화 투표 관련 매출이 277억~416억 원 수준임을 추정”한다고 보도했다.(참조 13일자 8면 기사<줏대없는 KT…사설재단 이벤트에 ‘짝짜꿍’>) 

 

KT는 내부 정보라며 시민들이 지불한 전화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민단체쪽에서는 소송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 김아현 사무처장은 “KT가 국내전화에 국제전화 요금을 청구해 발생한 차액은 명백하게 부당이익”이라며 “한 번이라도 전화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이 참여하는 소송인단을 이번 주부터 구성하기 시작해, KT를 상대로 한 부당이익 반환 청구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KT는 내부자료라며 전화투표에 참여한 전체 전화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결국 소송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문 광고도 내고 온라인에서도 소송단 신청을 받아 시민들이 받은 피해를 보상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석회 회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오는 16일 KT 주주총회에 참여해 이번 사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 16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예상되는 이석채 KT 회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번 논란을 심각한 상황으로 파악하고 KT의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신 주무 기관의 결정도 주목되고 있다.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건에 대해 조사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심각한 얘기가 신문에 나오면 윗분들에게 보고를 다 하고 있고, 이번 상황도 이계철 위원장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국제콜인지, 국내콜인지 판단부터 할 것”이라며 “KT의 의견을 듣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방통위 이 관계자는 “고시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이라고 밝혀, 전화투표에 사용된 번호(001-1588-7715)가 국가번호가 빠져 있어 방통위의 번호 관리 규정(국제전화 식별번호+국가번호+전화번호)을 위배했는지, 이용약관보다 요금이 비싸게 과금 됐는지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KT가 법을 위반했을 경우 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KT는 전화투표에 국제 전화가 사용됐고, 이용자 편의를 위해 단축 번호를 사용했기 때문에 법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투표 시스템은 해외에 서버를 둔 방식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국제전화 투표 방식”이라며 “(국가번호가 없이 단축번호를 쓴 것은)국민적 편의와 투표 효율성을 위해 번호를 그렇게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투표 시스템은 수익을 위해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된 매출은 시민 전화까지 포함해 사회에 전부 환원하겠다”며 “전화 통계는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KT공대위는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이번 투표에 사용된 국제문자 투표의 경우 KT 약관에도 100원으로 나와 있는 국제문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제주투표 관련 문자에만 150원을 받는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KT의 바가지 요금과 국제전화 사기극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혀, 방통위가 KT와 시민단체 중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입력 : 2012-03-14  17:24:03   노출 : 2012.03.14  17:2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