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부진자 명단 확인해놓고도 ‘퇴출프로그램’ 함구…’KT 봐주기 조사’ 의혹

미디어오늘 | 12.05.23 08:47

업무부진자 명단 확인해놓고도 '퇴출프로그램' 함구…'KT 봐주기 조사' 의혹

[미디어오늘 최훈길 기자 ]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KT에서 업무부진자 명단이 작성됐다는 것을 확인하고도, 특별근로감독의 발단이 된 인력 퇴출프로그램의 실체 여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KT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는 21일 밤 언론에 배포한 'KT 특별감독 결과 및 조치사항' 보도자료에서 부진 인력에 대한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CP)에 대해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KT에서 부진인력 명단은 '살생부'로 알려져 있는데, KT가 이 '살생부'를 작성해 퇴직을 압박하는 부당해고를 했는지 여부가 특별감독이 시작된 계기였다. 하지만, 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그 이상을 답변 드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노동부는 작년 10월 실시된 KT에 대한 1차 특별감독 과정에서 확인해 언론에도 이미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낮 통화에서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이른바 KT 살생부를 확인했다'는 보도에 대해 묻자 "노동부가 확인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아는 바가 없다. (KT 내부에서)증언이 나왔다는 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 이석채 KT 회장이 취임 이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KT노동인권센터가 조사한 '인력 퇴출프로그램 시행 이후 총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총 사망자(재직자, 퇴직자, 계열사 직원)가 216명(돌연사, 자살, 암, 사고 및 기타 질병)에 달하고 이중 자살이 16명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한겨레는 이날 12면 기사 < KT 이석채 회장·지사장 32명 검찰 송치 > 에서 "고용부는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케이티가 2005년께 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작성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직접 퇴출프로그램을 실행했다는 관리자의 증언이 나왔는데도 퇴출 프로그램이 실행됐는지 여부조차 밝혀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 내용은 지난 1월16일자 기사 < "업무부진자 명단 작성"…'KT 살생부' 사실로 > 를 요약한 것으로, 당시 노동부는 KT의 부진인력 명단 작성을 분명히 확인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실시된 특별근로감독 과정에서 케이티 쪽이 2005년께 부진인력 1002명의 명단을 만들었다고 인정했다"며 "근로기준법 등 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 이전에 KT는 "본사에서 부진인력 선정 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노동부는 이 주장을 뒤집는 결과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이 결과를 확인한지 불과 4개월 만에 'KT 살생부'에 대해서 '모르쇠'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노동부는 'KT 살생부'를 확인해 놓고도 구체적인 내용을 묻자 함구하며, 이를 보도한 언론에 확인해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이날 밤 통화에서 한겨레 보도에 대해 재차 질문을 받자 "그때 당시에 (제가 이 자리에) 없었다"며 "한겨레 기자에게 물어봐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노동부가 이석채 회장 등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특별근로감독의 핵심인 KT의 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를 확인해보려는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를 해 위법 사항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야당 등의 비판을 빗겨가면서도 핵심 사안에 대해서는 '봐주기식 조사'를 했다는 지적이다.

관련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 김소연 기자는 통화에서 "지난 해 국감 당시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PD수첩이 이를 보도하고 KT노동인권센터는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다고 했다"며 "특별근로감독이 시작된 것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 때문이었는데 노동부는 이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는 "업무 부진자 명단이 있었고, (반기룡 전 KT 충주지사 직원의)양심선언이 있었고 퇴출 압박을 받은 114 교환원의 증언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가동 여부조차 전혀 밝혀내지 못한 것에 의구심이 있다. 특별 감독을 왜 두 차례나 그렇게 길게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번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에서 언론이 가장 주목할 대목은 보도자료에 담긴 '이석채 회장의 검찰 송치', '휴일근무 수당 미지급 등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 내용이 아니라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은 인력 퇴출 프로그램의 실체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T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히 이번 근로감독으로 일부 음해세력이 주장한 인력 퇴출 프로그램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KT 홍보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동부에서 어제 발표한 자료에 퇴출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며 "그 내용을 추론해서 그렇게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KT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노동부의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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