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직장폐쇄사태에서 바라본 제재 필요성

[오피니언-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장폐쇄 제재 필요한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규정된 직장폐쇄 요건이다. 공격적·선제적 직장폐쇄는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파업을 했더라도 직장폐쇄를 무조건 밀어붙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은 직장폐쇄 전에 회사가 협상을 충실하게 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은 분명 회사 쪽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직장폐쇄가 남발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315건의 쟁의행위가 발생했는데, 그중 22.5%인 71건에서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부산 한진중공업·구미 KEC·전북 버스사업장·대구 상신브레이크·경주 발레오전장 등에서 어김없이 직장폐쇄가 이뤄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해 부러 충돌을 발생시키는 일도 확인됐다. 신종 노조말살 수단이라는 말이 떠돌 정도다. 야당과 양대 노총이 직장폐쇄를 제재하는 내용으로 노조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직장폐쇄 보완 입법 불가피"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최근 ‘공격적 직장폐쇄’가 빈번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탄압 수단으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현상까지 낳고 있다. 노조법에서 직장폐쇄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 방어적 대항수단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이 입법취지고, 대법원 판례도 그렇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KEC의 경우 노조가 쟁의행위 중단과 업무복귀를 공개 선언하고 조합원이 개별 복귀의향서까지 작성했으나 사측은 직장폐쇄를 악용해 1년 가까이 근로수령 의무를 거부했다. 사업장 출입제한과 임금지급을 회피하면서 노동자의 생존권을 옥죄고, 노조를 탄압하고 없애기 위한 목적이었다. 유성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반성문을 쓰게 하고 공개적으로 읽게 하는 등 인권까지 침해하고 있다.
노조법 보완이 불가피하다.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끝남과 동시에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 직장폐쇄는 사용자의 임금지급 의무를 면제하자는 취지이기에 지금처럼 사업장 출입까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하다. 특히 노조 가입(혹은 탈퇴) 여부에 따른 선별적 출입제한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다. 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노동권만큼 경영권도 보장돼야”
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  

(헌법에 노동3권이 보장됐다고 하더라도) 노동권이 무한정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과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동권도 일정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단체행동권 보장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영권도 중요하다. 현행법에서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불합리하다. 파업을 하면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용자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격적 직장폐쇄라면 임금체불이 발생한다. 임금체불에 대해 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파업은 집단 근로제공 거부인데, 공장을 점거하고 쇠파이프 드는 것은 (합법적) 파업이 아니다. 공격적 직장폐쇄가 그런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도 주요 시설을 점거한 농성은 불법이다. 설혹 공격적 직장폐쇄라고 하더라도 이를 빌미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용자 쟁의행위 인정하면 안돼”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국장 

유성기업 파업사태에서 비롯된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 남용 문제는 근래의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최근 발생한 파업현장마다 정당한 직장폐쇄로 보기 힘든 공격적인 조치가 이뤄져 왔다. 사측의 선별적 조합원 출입제한과 위장폐업도 빈번하다. 특히 사측이 파업현장에 대해 조합원 퇴거와 사설경비용역을 투입해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고, 이후 교섭거부와 고소고발·손배가압류 조치 등의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노동3권의 주체이자 쟁의행위의 주체는 노동자이지 사용자가 아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일종의 쟁의행위인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 남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측의 직장폐쇄 자체를 제한하는 입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최근 야당을 중심으로 공격적 직장폐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조치가 강구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여당도 더 이상 사용자 편들기에서 벗어나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원 판례로 엄격히 제한, 법 개정 불필요”
김성호 고용노동부 노사관계법제과장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개시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은 하나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후에 하라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도 하기 전에 직장폐쇄에 들어가면 당연히 위법이다. 노조법 9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에서 규정한 직장폐쇄 개시요건은 하나뿐이지만 법원의 판례를 통해 제한 규정들이 충분히 형성돼 있다. 굳이 법 개정을 하지 않아도 이미 법원에서 엄격하게 직장폐쇄 요건을 따지고 있다는 의미다. 법원이 밝힌 직장폐쇄는 무엇보다 방어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용자는 직장폐쇄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근로자들에게 직장폐쇄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물권적 지배력(퇴거)도 행사할 수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문제는 현재 조사 중인데,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판례에 따르면 정상적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는 경우 직장폐쇄가 가능하다. 부분파업일지라도 정상적인 영업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면 사용자가 직장폐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유성기업은 파업 초기 관리자들을 통해 조업을 정상화 하려 했으나 제지당했고, 이후 노조가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파업 철회 이후에도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어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복귀의 진정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가 업무복귀를 선언한다고 해서 사용자가 무조건 직장폐쇄를 풀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유성기업의 직장폐쇄 정당성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직장폐쇄 요건 강화해야”
이대원 보좌관(홍희덕 의원실)  
 
노조법상 노동자는 노사 간 협의를 하다가 잘 안 되면 절차를 밟아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 사용자도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면을 봐야 한다. 노사는 결코 동등하게 싸울 수 없기에 헌법에서는 노동자에게 단결권을 주고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파업을 하려면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친 뒤 파업선언이라는 대단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반면 사용자는 너무나도 쉽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노동3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는 달리 노조법에선 직장폐쇄가 간단하고 쉽게 행사돼 노동기본권 탄압수단이 되고 있다. 유성기업의 경우도 파업선언 30분 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따라서 사용자의 직장폐쇄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직장폐쇄는 실제 파업을 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사용자의 노사협상 의지도 상실케 한다. 직장폐쇄 요건을 강화하면 함부로 직장폐쇄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마침 지난 15일 열린 야4당-양대 노총 노동대책회의에서 공격적 직장폐쇄로 인한 노동탄압을 저지하기 위한 입법 요청이 있었다. 구체적 조문은 관계자 토론회를 통해 이야기하는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의원들과 협조 속에서 입법을 추진하겠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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