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 SBS 로비 출입구 앞에는 테이블 두 개와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다. ‘연봉제 강요하는 홀딩스 각성하라.’ 테이블 앞에는 허름하게 차려 입은 40대 남자가 앉아 씁쓸한 웃음을 띤 채 무언가를 열심히 읽고 있다. 그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장 이윤민씨(44).

이 본부장이 ‘연봉제 철회’를 주장하며 ‘로비 농성’을 시작한 것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5월17일. SBS 측이 그 전 주말에 돌연 ‘신입사원과 부장 이상 간부에 대해 연봉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기자와 PD가 소신대로 일해도 예전엔 승진이나 보직에서 불이익을 당했을 뿐이다. 연봉제는 임금에까지 영향을 미쳐 보도와 프로그램공정성을 침해하려는 시도다”라고 분석한다.

   
SBS는 SBS미디어홀딩스(홀딩스)의 자회사다. 홀딩스는 SBS로부터 배당금을 받는 지주회사지만, 일상적 경영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 당연히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도 없다. 문제는, 홀딩스가 실제로 SBS 경영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결국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는 대상은, SBS 경영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지만 어떤 책임에서도 면제되어 있는, 이 히드라처럼 괴상한 지배구조이다. SBS가 경영난을 맞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시도가 연봉제나 구조조정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노조는 본다.

지금까지 회사 측은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점을 전 사원이 공유하게 된 것은 성과다. 농성 1주년인 5월17일에 대규모 집회와 함께 모종의 결단을 선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