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옥 자택까지 압수수색했다

검찰, KT 일감 몰린 하청업체 대표 ‘거액 현금 인출’ 포착

이보라 기자

일감 몰아준 시기에 월급 폭증

구현모 전 KT 대표 관여 의심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KT 본사와 KT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1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KT 본사와 KT텔레캅 본사,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1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사옥 모습. 연합뉴스

KT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이 일감을 몰아준 하청업체 대표가 월급 명목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인출한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돈이 하청업체 측과 유착된 KT 전직 경영진에게 흘러갔는지 살펴보고 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황욱정 KDFS 대표가 월급 명목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KT텔레캅이 KDFS에 일감을 몰아준 시기 황 대표 월급이 이전에 비해 4~5배 가량 늘어났고, 황 대표가 이를 현금으로 인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KDFS에 몰린 수익이 현금화돼 황 대표를 거쳐 구현모 전 KT 대표나 남중수 전 KT 회장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구 전 대표 재임기인 2020~2023년 KT가 품질 평가 기준을 KDFS에 유리하게 바꿔 시설관리 계열사인 KT텔레캅의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KT텔레캅은 KT에서 수주받은 시설관리 일감을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하청업체에 맡겼으나 KDFS에 점차 80%에 가까운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KDFS에 배당된 물량은 2016년 45억원에서 2021년 494억원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고 한다.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에 구 전 대표가 관여했다고 의심한다. 남 전 회장을 중심으로 구 전 대표, 황 대표 사이의 ‘이권 카르텔’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구 전 대표는 남 전 회장의 추대로 대표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1974년 입사한 ‘KT맨’ 출신으로 홍보실 기업홍보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남 전 회장이 KT 대표를 지낸 2005~2008년에는 자산경영실장을 맡았고, 남 전 회장이 2008년 납품비리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는 옥바라지를 한 측근이다.

검찰은 전날 서울 종로구 KT 사옥과 경기 성남 KT 본사, 서울 구로구 텔레캅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KT 내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의 사무실과 전략기획실, 경영기획실, 이사회 사무국 등도 압수수색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KT 경영진이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KT텔레캅의 하청업체인 KDFS, KSmate와 KT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재하청 실무를 담당해 최근 피의자로 입건된 신모 KT 경영지원부문장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 부문장과 황 대표, 구 전 대표, 남 전 회장 등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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